강남에서 결혼식 한번 다녀오고 나니 마음이 복잡하다

강남에서 결혼식 한번 다녀오고 나니 마음이 복잡하다

식장 주차장 들어가는 길부터 벌써 기가 빨렸다

지난 주말에 강남 쪽에서 열린 직장 동료 결혼식에 다녀왔다. 뭐 사실 평소에 그렇게까지 각별하게 지낸 사이는 아니었는데, 그래도 팀 내에서 얼굴 자주 보고 인사하고 지내던 사이라 안 가기도 좀 그렇고 해서 아내랑 애들 둘까지 다 데리고 나갔다. 강남 웨딩홀들이 다 그렇지만, 일단 주차장 들어가는 입구부터가 전쟁터였다. 건물 주변으로 차들이 길게 줄 서 있고, 안내해주시는 분들은 정신없이 차를 빼라고 소리치고. 주차하고 엘리베이터 타기까지 20분은 족히 걸린 것 같다. 아이들은 벌써부터 덥다고 칭얼대고, 나도 차 안에서 이미 진이 다 빠져버렸다. 예식 시작하기도 전인데 벌써 집에 가고 싶다는 생각이 들 정도로 시작부터 삐걱거렸다.

밥값 이야기가 괜히 나오는 게 아니더라

안으로 들어가서 로비에 서 있는데, 입구에 안내판이 보였다. 식대가 거의 10만원 가까이 되는 곳이었다. 솔직히 말하면 깜짝 놀랐다. 예전에는 그냥 밥 한 끼 먹고 오는 게 당연했는데, 요즘 물가가 정말 미쳤구나 싶기도 하고. 우리 가족 4명이 다 같이 가서 밥 먹으면 식대만 거의 40만원 가까이 나오는 셈인데, 축의금으로 10만원 내고 들어가는 게 맞나 싶어서 봉투 들고 꽤 고민했다. 물론 마음을 담아서 축하해주러 간 거지만, 왠지 모르게 눈치가 보이기 시작했다. 식장 안에 들어가서도 괜히 사람들 표정을 살피게 되고, 음식은 입으로 들어가는지 코로 들어가는지 모르게 허겁지겁 먹고 나왔다. 내가 이렇게까지 돈 계산을 하면서 결혼식에 참석해야 하나 싶은 씁쓸한 기분이 들었다.

30년 경력의 업체 대표도 이런 고민은 해결 못 해주겠지

예전에 TV에서 웨딩 업계에서 엄청 큰 성공을 거뒀다는 대표가 나오는 걸 본 적이 있다. 5만 쌍이나 결혼식을 올렸다고 하던데, 그런 분들은 이런 하객들의 미묘한 심리까지는 알까 싶다. 화려한 강남의 건물 안에서 수백 명의 하객이 오가고, 누군가는 행복하게 웃고 있지만 또 다른 누군가는 주차 문제나 축의금 액수 때문에 마음 졸이고 있다는 걸. 사실 나도 결혼할 때 예식장 잡느라 발품 많이 팔았는데, 그때는 그냥 식장 위치랑 주차장이랑 밥 맛있는지 정도만 중요했지, 하객들이 이런 사소한 불편함을 겪을 거라는 생각은 깊게 안 했던 것 같다. 지금 와서 생각해보니 그때 오셨던 손님들도 나처럼 이런저런 고민을 하셨을까 싶어서 미안한 마음도 좀 든다.

예식장 선택의 기준이 갈수록 어려워지는 느낌

주변 친구들이 결혼한다고 하면 요즘은 호텔 예식장 비용이 얼마니 강남 어디가 주차 괜찮니 이런 이야기를 정말 많이 한다. 예전에는 그냥 축하해주러 가는 자리가 참 좋았는데, 이제는 결혼식 소식 들리면 아 어디서 하는구나, 주차는 괜찮으려나, 교통은 또 어떻고 하는 생각부터 먼저 든다. 참 삭막해진 건지 나이가 든 건지 모르겠다. 이번에 다녀온 곳도 시설은 정말 좋았다. 꽃장식도 화려하고 조명도 예쁘고. 근데 그 화려함 뒤에 숨겨진 복잡한 사정들이 오늘따라 유독 크게 느껴지는 것 같다. 아마 다음번에 또 다른 결혼식에 초대받으면, 그때는 아예 대중교통을 이용하거나 미리 식당 근처에 카페라도 알아봐 둬야 할까 싶다.

찝찝함만 남은 채 귀갓길에 올랐다

예식 끝나고 나오는데 강남대로가 꽉 막혀서 집에 돌아오는 길에만 또 1시간이 넘게 걸렸다. 애들은 뒷좌석에서 잠들었고, 아내는 옆에서 피곤하다는 말만 반복했다. ‘축하해줬으면 된 거지’라고 스스로 위안을 삼아보지만, 마음 한구석에는 왠지 모를 찝찝함이 여전히 남아있다. 축의금 액수가 적었나, 아니면 내가 너무 예민하게 구는 건가. 이런저런 생각을 하다 보니 어느새 집 앞이었다. 결혼식이라는 게 누군가에게는 인생에서 가장 행복한 날인데, 하객인 나한테는 왜 이렇게 매번 숙제를 해결하고 온 것 같은 피로감이 남는지 모르겠다. 다음번엔 좀 더 마음 편하게 다녀올 수 있을까. 모르겠다. 일단 오늘은 너무 피곤해서 아무 생각도 하기 싫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