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어쩌다 보니 예식장 투어를 시작하게 되었다
결혼 준비라는 게 처음에는 좀 막연하게 다들 하는 거니까 나도 하겠거니 싶었는데, 막상 성남 쪽에 있는 웨딩홀 몇 곳을 돌아보고 나니 이게 보통 일이 아니라는 생각이 든다. 사실 처음 상담실에 앉았을 때는 그냥 예쁘고 밥 맛있으면 장땡이라고 생각했다. 그런데 상담 실장님이 건네주는 웨딩홀 체크리스트를 보고 있자니, 내가 신경 써야 할 게 한두 가지가 아니더라. 특히 그놈의 식대와 보증 인원이 문제였다. 요즘 결혼식 비용이 평균적으로 꽤 오른다는 건 뉴스에서 봐서 알고 있었지만, 실제로 상담을 받아보니 1인당 식대가 내가 생각했던 예산을 가볍게 뛰어넘는 경우가 허다했다.
묘하게 기분 나쁜 보증 인원 요구 사항
상담을 받다가 갑자기 든 생각인데, 왜 예식장들은 이렇게까지 보증 인원에 목숨을 거는 걸까. 최근에 공정위에서 예식장들의 불공정 약관을 점검한다는 뉴스를 대충 본 적이 있는데, 실제로 겪어보니 왜 그런 이야기가 나오는지 조금은 알 것 같다. 내가 갔던 곳 중 한 군데는 식대 보증을 할 때 양가 부모님 의견을 따로 묻는 게 아니라, 그냥 우리가 정해놓은 최소 수치 밑으로는 계약 자체가 불가능하다고 딱 잘라 말했다. 그게 무슨 대단한 서비스도 아니고, 그냥 당연하게 받아들여야 하는 조건처럼 느껴지는 그 분위기가 참 묘했다. 이게 원래 결혼 준비의 정석인 건지, 아니면 내가 너무 예민하게 구는 건지 잠깐 고민했다.
대구에서 올라온 반지와 서울의 물가
반지는 대구 쪽에서 맞췄던 걸 가져왔다. 사실 명품 결혼반지라고 해서 백화점 오픈런까지 해가며 살까도 싶었는데, 그냥 예산 안에서 우리 손에 어울리는 걸 고르는 게 낫겠다 싶었다. 대구 금은방 거리에서 발품 팔아 맞춘 반지가 생각보다 퀄리티가 좋아서 만족하고 있다. 그런데 이걸 서울이나 성남 물가랑 비교해보면 확실히 체감 차이가 크다. 예식장 하나 잡는 데 들어가는 돈을 생각하면 반지에 쓴 돈은 오히려 적게 느껴질 정도니 말이다. 이런 상황이다 보니 결혼식이라는 게 정말 누굴 위한 잔치인가 싶다가도, 부모님 얼굴을 보면 또 어쩔 수 없이 진행하게 된다.
상담실에서 나왔을 때의 묘한 허무함
상담을 마치고 나와서 주차장으로 향하는데, 날씨가 꽤 쌀쌀했다. 1시간 남짓 상담을 받았는데 기가 다 빨리는 기분이었다. 예식장 식대 가격표를 한참 들여다보면서 이게 1인당 얼마인지 계산기를 두드리던 내 모습이 좀 비참하기도 하고, 한편으론 이게 성인으로 살아가는 과정인가 싶기도 했다. 아버지는 계속해서 너무 큰돈 쓰지 말라고 하시는데, 막상 예식장에서는 그 예산 안에서 할 수 있는 곳이 거의 없다는 게 현실이다. 200만 원, 300만 원 차이가 처음에는 별거 아닌 것 같았는데, 이제는 그게 꽤 크게 다가온다.
앞으로 남은 산들이 걱정된다
이제 홀 하나 정하는 건데 벌써 지친다. 플래너를 끼고 할지, 아니면 그냥 내가 결혼준비카페에서 정보를 얻어가며 하나씩 할지 아직 정하지도 못했다. 카페에 들어가면 온통 광고성 글들이라 뭘 믿어야 할지도 모르겠고, 그렇다고 다 맡기자니 추가금 관행이 무섭다. 뉴스에서는 정보 비대칭이 어쩌고 하지만, 당사자 입장에서는 그냥 모든 게 다 돈으로 연결되는 기분이다. 아마 내일쯤 다시 다른 웨딩홀을 보러 갈 것 같은데, 이번에는 또 어떤 조건이 나를 기다리고 있을지 벌써 걱정부터 앞선다. 뭔가 해결은 됐는데 개운하지 않은 이 기분은 대체 언제쯤 끝날지 모르겠다.
대구 금은방에서 맞춘 반지가 퀄리티 좋다는 점이 인상적이네요. 저도 비슷한 고민 없이, 가격 위주로 찾아야 하나 싶었는데…
식대 차이가 이렇게 크게 느껴질 줄은 몰랐네요. 특히 젊은 부부의 부담이 클 것 같아요.
식대 보증 때문에 정말 스트레스였던 것 같아요. 특히 그 체크리스트 보여주실 때, 제가 놓치고 있는 부분이 많았다는 걸 깨달아서 좀 당황했었죠.
계산기 두드리면서 비참한 모습이 떠올라요. 특히 큰 돈 쓰는 것에 대한 아버지의 걱정과 예식장 현실적인 가격 차이가 동시에 느껴지더라고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