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결혼 준비라는 게 처음엔 그냥 좀 바쁜 일상 정도로만 생각했다. 그런데 이게 하면 할수록 이상한 방향으로 굴러간다는 느낌을 지울 수가 없다. 예전에 본 전지현의 웨딩 화보가 갑자기 생각났다. 14년이나 지났는데도 여전히 예쁘고 세련된 느낌이라, 나도 그런 분위기를 좀 내보고 싶다는 욕심이 사실은 조금 있었다. 그래서 강동구 쪽 웨딩홀을 몇 군데 돌아보며 상담을 받았는데, 거기서 보여주는 샘플 사진들이나 드레스 스타일은 사실 내가 상상하던 것과는 조금 거리가 있었다.
벨라인 드레스가 생각보다 훨씬 무거웠던 이유
무작정 벨라인 웨딩드레스가 예뻐 보여서 무조건 그걸로 입겠다고 고집을 부렸다. 막상 샵에 가서 입어보니 이건 뭐, 사람이 드레스를 입는 건지 드레스 안에 사람이 갇히는 건지 알 수가 없었다. 상담해주시는 분은 이게 가장 클래식하고 화려하다고 권했지만, 내 몸은 꽉 조이는 코르셋 때문에 숨쉬기도 벅찼다. 40분 정도 피팅을 했는데, 나중에는 땀이 나서 화장이 다 지워질 정도였다. 비용도 대여료만 200만 원 가까이 요구하길래 잠시 멍해졌다. 단순히 예쁜 걸 입는다는 차원을 넘어선 무언가였다. 드레스를 입고 걷는 연습을 하다가 발이 자꾸 꼬여서 몇 번을 휘청거렸는지 모른다. 나중에 스냅 촬영 때 이걸 입고 하루 종일 웃으면서 다닐 수 있을까, 문득 그런 회의감이 들었다.
웨딩홀에서의 찜찜한 경험과 불신
최근에 뉴스에서 웨딩홀 탈의실 불법 촬영 사건을 보고 나서부턴 샵에 가기가 더 꺼려진다. 예전엔 그런 생각을 전혀 안 했는데, 이제는 드레스 갈아입으러 탈의실에 들어갈 때마다 거울 뒤나 구석진 곳을 먼저 훑어보게 된다. 이게 뭐 하는 짓인가 싶으면서도 불안한 건 어쩔 수 없다. 예전에는 결혼식 하면 무조건 즐겁고 설레는 일이라고만 생각했는데, 요즘은 이런저런 사고나 사건 소식을 접하다 보니 결혼이라는 과정 자체가 꽤나 피로한 노동처럼 느껴질 때가 많다. 상담받으러 갔을 때도 담당자가 너무 기계적으로 웃으면서 상품을 권하니까, 나도 모르게 이 사람들을 다 믿어도 되는 건지 의심이 생겼다.
사진 한 장에 담긴 현실적인 고민
결혼 스냅 촬영을 앞두고 업체 리스트를 보는데, 다들 사진은 기가 막히게 잘 찍어놨다. 그런데 막상 후기를 찾아보면 촬영 기사와 손발이 안 맞아서 고생했다거나, 결과물이 생각보다 촌스러웠다는 이야기도 꽤 많았다. 10년 넘게 알고 지낸 친구는 그냥 셀프로 촬영하는 게 나을 수도 있다고 했지만, 그건 또 준비할 게 너무 많아 보여서 엄두가 안 난다. 최근에 드라마 같은 데서 나오는 이혼 고민이나 위태로운 부부 관계를 다룬 내용들을 보고 있으면, 나 지금 잘하고 있는 건가 싶은 생각마저 든다. 결혼 준비가 이런 묘한 불협화음을 겪는 과정인 건지, 아니면 내가 너무 예민하게 받아들이는 건지 모르겠다.
드레스 대여와 막연한 불안감
결국 드레스는 무난한 디자인으로 마음을 돌렸다. 무겁고 화려한 것보다는 내가 움직이기 편한 게 제일일 것 같았다. 어차피 남들 눈에 어떻게 보이느냐보다 당일 내 컨디션이 더 중요할 테니까. 하지만 여전히 아쉬움은 남는다. 남들은 다들 행복하게 준비하는 것 같은데, 나만 이렇게 하나하나 따지고 불안해하고 있는 게 아닐까 하는 생각도 든다. 촬영일이 다가오는데, 과연 카메라 앞에서 내가 자연스럽게 웃을 수 있을지 의문이다. 어쩌면 이 불안함 자체가 결혼이라는 거대한 일을 앞두고 겪는 당연한 과정일 수도 있겠다는 생각이 들면서도, 한편으로는 그냥 다 귀찮아지는 순간이 찾아오곤 한다. 촬영 스케줄을 확인하면서도 마음 한구석은 여전히 텅 빈 것처럼 묘하다.
웨딩 촬영 기사님과 잘 맞는 사람이 중요하네요. 드라마에서처럼 결혼 준비 과정 자체가 불안한 마음을 더 키우기도 하니까.
드레스 입어볼 때마다 몸에 너무 맞아서 숨쉬기가 힘들었던 것 같아요. 특히 상담사분이 추천하셨던 스타일이 실제로 입어보니 불편해서 그런 다음부터는 다른 디자인을 찾아봐야겠더라고요.
드레스 피팅하면서 예쁜 사진 찾아보려 했는데, 결국 현실과는 많이 달랐네요. 마치 기대했던 만큼 결과가 나오지 않을까 봐 불안한 마음이 드는 것 같아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