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경사진 성북동 길을 오르며 든 생각
지난 주말에는 시간을 내서 삼청각에 다녀왔다. 결혼 준비를 시작하면서 인스타그램이나 여러 블로그에서 봤던 그 고즈넉한 한옥 사진들이 계속 눈에 밟혔기 때문이다. 사실 처음에는 무작정 예쁘다는 생각만 들었다. 도심에서 살짝 벗어나 있는데, 막상 차를 타고 올라가 보니 길이 꽤나 가팔랐다. 주말이라 그런지 입구부터 차들이 서서히 움직였고, 셔틀버스가 다니긴 하지만 하객들이 대중교통으로 오기에는 약간의 불편함이 있지 않을까 하는 걱정이 먼저 들었다. 나 역시 운전을 해서 올라갔는데, 초보 운전자라면 조금 긴장할 수도 있겠다 싶었다. 그래도 막상 언덕을 다 올라가서 마주한 풍경은 확실히 다르긴 했다. 서울 안에 이렇게 조용하고 한옥이 잘 보존된 곳이 있다는 게 신기하면서도 묘한 기분이 들었다.
야외 예식의 변수와 날씨 걱정
잔디마당을 둘러보는데 직원분이 설명을 해주셨다. 야외 예식으로 진행하면 정말 그림 같은 사진이 나오긴 하겠지만, 역시나 관건은 날씨다. 비가 오거나 바람이 세게 불면 어떻게 되는지 물었더니, 실내 연회장으로 대체하거나 천막을 설치하는 방식이라고 하셨다. 내가 상상하던 그 확 트인 한옥 마당의 느낌을 살리려면 날씨 운이 정말 크게 따라줘야 할 것 같다. 그리고 식대 이야기가 나왔을 때는 솔직히 입이 좀 벌어졌다. 생각했던 예산 범위보다 꽤 높았기 때문이다. 1인당 식대가 꽤 나가는 편이라서, 하객을 100명 내외로 줄인다고 해도 식비만으로 꽤 큰 지출이 예상되었다. 이게 ‘소규모 웨딩’이라는 단어가 주는 가벼움과는 거리가 있다는 걸 실감했다. 삼청각 웨딩 식대를 듣고 나니, 과연 이 정도의 비용을 들여서 만족도를 다 채울 수 있을지 스스로 되묻게 되었다.
운현궁 전통혼례와 비교하며 느낀 점
예전에 지인 결혼식 때문에 운현궁 전통혼례를 가본 적이 있다. 거기는 정말 전통적인 느낌이 강하고 가격대도 합리적이었는데, 삼청각은 좀 더 현대적인 감각이 섞인 고급스러운 전통 느낌이랄까. 둘 다 야외라는 공통점이 있지만 성격이 완전히 다르다. 운현궁은 조금 더 개방적이고 관람객들이 지나다니는 느낌이 있다면, 삼청각은 좀 더 프라이빗하게 우리만의 행사를 치르는 느낌이 든다. 다만, 삼청각은 워낙 유명한 복합문화공간이다 보니 주말에 일반 관광객들과 동선이 겹치지 않을까 하는 우려도 있었다. 물론 행사가 진행될 때는 통제를 해주겠지만, 산책하러 온 사람들의 시선이 완전히 차단되는 구조는 아닌 것 같았다.
준비해야 할 게 너무 많다는 현실
삼청각 투어를 마치고 내려오는 길에 국방컨벤션이나 라움 같은 곳들도 후보에 넣어두었지 싶었다. 사실 어디를 가나 다 장단점이 있는 법이다. 웨딩 컨설팅을 받으러 가면 이런저런 옵션을 붙여주는데, 막상 상담을 받다 보면 내가 뭘 위해 결혼식을 하는 건지 가끔 본질을 잃어버리는 기분이다. 혼수 리스트를 대충 적어보다가도 ‘이게 정말 필요한가’ 싶어서 멈추게 된다. 사실 오늘 삼청각에서 상담받은 내용을 다시 정리해 봐도, 내 마음이 완벽하게 굳혀진 건 아니다. 예쁜 건 확실히 예쁜데, 이게 내 결혼식의 최종 종착지가 될지는 아직 의문이다. 그냥 내려오면서 성북동 근처 카페에서 커피 한 잔 마시는데, 날씨는 또 왜 이렇게 좋은지 괜히 마음만 더 복잡해졌다.
당장 결정할 수 없는 마음
다음 주에는 용산 쪽 웨딩홀을 가보기로 했다. 왠지 더 현실적인 고민이 들 것 같다. 삼청각은 한 번쯤 다녀오길 잘했다는 생각은 든다. 막연하게 ‘한옥에서 하면 예쁘겠지’라고 생각했던 것보다 훨씬 구체적인 문제들—주차, 날씨, 비용, 동선—을 직접 눈으로 확인했으니까. 하지만 확인을 했다고 해서 바로 계약서에 도장을 찍을 수 있는 건 아니었다. 집에 돌아와서 예산표를 다시 펴봤는데, 아무리 다시 계산해 봐도 식대와 꽃장식 비용이 계속 발목을 잡는다. 결혼식이라는 게 그냥 하면 되는 건 줄 알았는데, 하나하나 따져볼수록 선택지가 좁아지는 느낌이다. 다음에 갈 곳은 좀 더 예산 안에서 해결 가능한 곳이었으면 좋겠는데, 또 막상 가보면 눈이 높아질까 봐 걱정이다.
셔틀버스 말고 다른 대중교통 이용 방법을 찾아봐야겠어요. 언덕길 올라가는 것도 쉽지 않네요.
운현궁처럼 공간 자체의 분위기가 더 매력적으로 느껴지네요. 날씨 때문에 걱정이 많아지긴 하지만, 그만큼 신경 써야 할 부분도 많겠다는 생각이 들어요.
셔틀버스가 다니지 않는 불편함이 있었던 점, 사실 제 친구 결혼식도 비슷한 경험을 해서 그런 다음에는 대중교통을 이용하려고 노력했어요.
운현궁이랑 확실히 분위기가 달라서 그런가요? 제가 전통 혼례 볼 때도 비슷하게 생각했었는데, 삼청각은 좀 더 특별한 이벤트 느낌이더라고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