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결혼식을 준비하면서 가장 먼저 고민했던 것은 규모였습니다. 남들 다 하는 300명 규모의 일반 예식장에서 기계처럼 찍어내는 결혼식을 하고 싶지 않았고, 무엇보다 그 비용을 고스란히 감당할 자신이 없었습니다. 그래서 저희 부부는 양가 부모님과 형제들만 모시는 직계가족결혼식으로 방향을 틀었습니다. 당시에는 이 결정이 비용도 아끼고 양가 가족 간의 깊은 대화를 나눌 수 있는 완벽한 대안이라고 믿었습니다. 하지만 현실은 생각했던 것만큼 단순하지도, 마냥 낭만적이지도 않았습니다.
가장 먼저 부딪힌 장벽은 비용이었습니다. 흔히 스몰웨딩이나 직계가족 위주의 식을 하면 비용이 획기적으로 줄어들 것이라 예상합니다. 저희도 초기 예산은 300만 원 안팎으로 잡았습니다. 하지만 서울 시내의 괜찮은 한옥 레스토랑이나 호텔 미팅룸을 대관하고 12명 기준의 코스 요리를 예약하는 순간부터 예산은 요동치기 시작했습니다. 식대와 대관료만으로 이미 400만 원을 훌쩍 넘겼고, 여기에 최소한의 스드메견적을 알아보니 기본 패키지만 해도 180만 원이 추가되었습니다. 아무리 직계가족만 모인다고 해도 사진 촬영을 생략할 수는 없었고, 양가 어머니들의 메이크업과 간단한 한복 대여료까지 합산하니 최종 지출은 약 780만 원에 달했습니다. 대형 웨딩홀의 보증인원 채우는 비용(약 2,000만~3,000만 원)에 비하면 분명 저렴하지만, ‘몇백만 원으로 끝내겠다’던 초기 기대와는 큰 괴리가 있었습니다.
준비 과정에서 겪은 가장 큰 심리적 변화는 ‘과연 잘하고 있는 것인가’에 대한 끊임없는 의심이었습니다. 청첩장 모임을 돌리며 친한 친구들에게 직계가족결혼식을 한다고 알렸을 때, 돌아오는 반응은 축하 반, 우려 반이었습니다. 실제로 이 과정을 겪고 나니 많은 사람들이 이 지점에서 실수한다는 것을 알게 되었습니다. 양가 부모님이 겉으로는 “너희 뜻대로 하라”고 말씀하셔도, 마음 깊은 곳에서는 평생 뿌려온 축의금을 회수하지 못한다는 아쉬움이나 친척들에게 결혼 소식을 제대로 전하지 못해 생기는 소외감을 감수하고 계셨던 것입니다. 준비 중간쯤 어머니가 은근히 “이모네는 불러야 하지 않겠니?”라고 운을 떼셨을 때, 저는 심각하게 식을 취소하고 다시 일반 웨딩홀을 알아봐야 하나 고민하며 크게 흔들렸습니다. 결국 친척분들께는 모바일 청첩장조차 보내지 않는 것으로 타협했지만, 그 과정에서 겪은 심리적 피로감은 상당했습니다.
결혼식 당일의 분위기 역시 예상과는 다르게 흘러갔습니다. 넓은 예식장에서는 웅성거리는 소음과 바쁜 일정 덕분에 어색함이 묻히지만, 단 12명이 들어가는 고요한 룸에서는 침묵이 곧 장벽이 되었습니다. 평소 조용하신 아버님은 식사 내내 극도로 긴장하셨고, 저희 부부는 그 어색한 정적을 깨기 위해 계속해서 말을 걸고 분위기를 띄워야 했습니다. 대화가 끊길 때마다 흐르는 묘한 정적은 결혼식이 끝난 후에도 꽤 오랫동안 잔상으로 남았습니다. 하객이 적으니 오히려 모두의 시선이 집중되어 아주 미세한 표정 변화나 목소리 톤까지 다 드러나는 구조였습니다. 화기애애하고 깊이 있는 대화가 오갈 것이라는 기대는 현실의 어색함 앞에서는 조금 무력했습니다.
직계가족결혼식은 분명 매력적인 선택지입니다. 하지만 이는 양가 부모님이 하객 수나 사회적 이목에 진심으로 쿨할 수 있을 때, 그리고 신랑 신부가 어색한 공기를 주도적으로 이끌어갈 에너지가 있을 때만 제대로 작동합니다. 만약 집안에 친척들과의 교류가 잦고 부모님이 발이 넓으신 편이라면, 이 방식은 오히려 결혼식 이후 뒷말이 나오는 악수가 될 수 있습니다. 차라리 아무 장식도 없고 스냅 작가도 부르지 않는 진짜 극단적인 평일 저녁 식사 자리로 대체하거나, 아니면 애초에 비용을 조금 더 쓰더라도 무난한 일반 예식을 치르는 편이 나을 수도 있습니다.
이 경험담은 남들의 시선보다 실리를 챙기고 싶고, 양가 부모님과의 소통이 매우 원활하며, 당일의 어색함을 기꺼이 견딜 준비가 된 예비부부에게만 유용합니다. 만약 친척들의 섭섭함을 감당할 자신이 없거나 평생 한 번뿐인 화려한 주인공이 되고 싶은 로망이 조금이라도 남아있다면 이 길을 선택해서는 안 됩니다. 구체적인 식장을 알아보기에 앞서, 양가 부모님께 “친척분들에게 결혼 소식을 전하지 않아도 정말 서운하지 않으시겠느냐”는 질문을 던져보고 그 표정의 미묘한 변화를 먼저 읽어보시길 권합니다. 세상에 완벽하게 깔끔한 결혼식은 없으며, 직계가족결혼식 역시 돈을 아끼는 대신 가족 간의 무형의 부채를 짊어지는 또 다른 형태의 거래일 뿐입니다.
한옥 레스토랑 예산, 정말 헉 했던 거 같아요. 저희도 비슷한 경험 때문에 식 취소 고민 엄청 했었거든요.
사진 촬영을 포기하지 않아서 결국 비용이 많이 들더라고요. 생각보다 훨씬 부담이 클 수 있겠어요.
스냅 작가 비용 때문에 진짜 머리 싸매질 뻔했네요. 저희도 비슷한 고민 했던 기억이 나요.
식사 중에 룸 분위기가 얼마나 조용한지, 생각보다 훨씬 더 불편하더라고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