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서른 중반이 지나니 분위기가 달라지더라
친구들 결혼식 다녀오는 횟수가 늘어나고, 부모님이 은근히 압박을 시작할 때쯤이면 다들 한 번씩 그런 생각을 하는 것 같다. 나도 뭐라도 좀 해봐야 하나 싶은 그런 기분. 그렇다고 갑자기 길거리에서 헌팅을 할 수도 없고, 부산 동호회 같은 데 나가서 뻘쭘하게 앉아 있을 엄두도 안 났다. 예전에 연애 테스트나 연애 사주 같은 거 보면서 시간을 때우던 때랑은 무게감이 확실히 달랐다. 결정사 등급표니 뭐니 하는 말들이 인터넷 커뮤니티에 떠돌 때마다 비웃곤 했는데, 막상 내 나이가 차니까 그게 마냥 우스갯소리만은 아니라는 걸 깨닫게 된다.
상담 전화를 걸기까지 고민했던 시간들
결혼정보회사 상담 예약 버튼을 누르는 게 왜 이렇게 무겁던지. 차라리 연애 상담소에 가서 고민을 털어놓는 게 나을까 싶기도 했다. 크몽 같은 곳에서 연애 코칭 전문가를 찾아볼까 생각도 했지만, 결국 얼굴 보고 이야기하는 게 빠르지 않을까 싶어 무작정 부산 지역 결혼 중개 업체 몇 군데를 추렸다. 사실 그 전까지는 세이클럽 타키 같은 곳에서 채팅이나 하던 시절이 있었는데, 이제는 현실적으로 내가 어떤 조건인가를 따져야 하는 상황이 된 거다. 가입비가 수백만 원에서 천만 원까지 오간다는 소리를 들으니 갑자기 정신이 번쩍 들었다.
첫 상담에서 마주한 묘한 서늘함
상담사 앞에 앉아 있으니 마치 면접 보는 기분이었다. 내 직업, 연봉, 부모님 직업까지 읊고 나니 내가 연애를 하러 온 건지, 아니면 무슨 서류 심사를 받으러 온 건지 헷갈리기 시작했다. 상담사가 나를 보며 웃으면서 ‘이 정도 스펙이면 충분히 괜찮은 분 만나실 수 있어요’라고 하는데, 그 말이 위로가 되기는커녕 왜 이렇게 씁쓸하게 들리던지. 내 인생이 겨우 몇 가지 조건으로 등급 매겨지는 기분이 들어서 앉아 있는 내내 등이 다 서늘했다. 결혼 플래너를 만나면 좀 다를까 싶었지만, 결국 그들도 다 장사하는 사람들이라는 생각에 마음이 쉽게 열리지 않았다.
대리 만족과 현실 사이의 괴리감
최근에 ‘슬기로운 의사생활’이나 리얼리티 연애 프로그램을 보면서 나도 모르게 이입할 때가 있다. 드라마 속 연애는 참 예쁘고 고민도 깊은데, 현실에서 내가 마주한 만남의 방식은 너무 건조하다. 누군가는 연애 시뮬레이션으로 마음을 달래기도 하고, 누군가는 적극적으로 미혼 남녀 모임에 나가서 땀 흘리며 인연을 찾는다. 나는 그 중간 어디쯤에서 계속 서성이는 것 같다. 굳이 이렇게까지 해서 사람을 만나야 하나 싶은 의문이 들다가도, 다음 주말에 또 혼자 멍하니 있을 걸 생각하면 불안해진다.
돈을 써서 사람을 만난다는 것의 무게
가입비 견적을 받고 나오는데, 주머니가 갑자기 가벼워진 느낌이었다. 200만 원, 300만 원… 이 돈이면 차라리 맛있는 걸 먹고 여행을 가는 게 내 행복을 위해 더 낫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결국 하고 싶은 걸 하는 게 진짜 행복이라는 누군가의 말이 떠올랐다. 상담사는 빨리 결정해야 한다며 재촉했지만, 나는 그냥 조용히 지하철역으로 걸어갔다. 상담받고 나오면 시원할 줄 알았는데, 오히려 고민만 더 늘어난 기분이다. 연애라는 게 원래 이렇게 머리 아픈 일이었나 싶기도 하고, 그저 운명적인 만남을 기다리는 게 더 현명한 건지 아직도 잘 모르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