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담만 받아보려던 건데 생각보다 마음이 복잡해지네

상담만 받아보려던 건데 생각보다 마음이 복잡해지네

가볍게 상담 신청 버튼을 누르다

사실 처음에는 그냥 호기심 반, 불안함 반이었다. 주변 친구들이 하나둘씩 결혼 소식을 전해오고, 명절마다 가족들의 은근한 압박이 이어지다 보니 문득 이런 생각이 들더라. ‘진짜 결혼정보회사라는 곳은 어떤 시스템으로 돌아가는 걸까?’ 예전에 TV에서 전현무가 상담받는 걸 보고 빵 터졌던 기억이 나는데, 막상 내가 직접 그 문턱을 넘으려니 기분이 묘했다. 인터넷 검색창에 ‘결정사 상담’이라고 치니 광고가 정말 쏟아지더라. 유명하다는 곳부터 재혼 전문이라는 곳까지 선택지가 너무 많아서 오히려 어디를 눌러야 할지 한참 고민했다. 결국 그냥 제일 눈에 띄는 대형 업체 두 곳에 무료 상담 신청을 넣었다. 그때는 이게 내 인생에 큰 영향을 줄 거란 생각보다는, 그냥 회사 면접 보듯 ‘나라는 사람이 시장에서 어느 정도 가치일까’를 확인받고 싶은 심리가 더 컸던 것 같다.

상담실에서 마주한 숫자의 현실

강남에 있는 사무실을 찾아갔을 때의 그 공기는 꽤 차가웠다. 깔끔한 인테리어와 정장 입은 상담사분들, 그리고 곳곳에 붙어 있는 성혼 커플들의 사진들. 상담은 생각보다 훨씬 건조했다. 내가 어떤 사람인지, 어떤 가치관을 가졌는지를 물어보기보다는 연봉이 얼마인지, 학벌은 어디인지, 자가인지 전세인지 같은 것들을 체크리스트 채우듯이 물어봤다. 1시간 정도 지나니 내가 마치 하나의 상품 코드로 치환되는 기분이 들었다. 상담사분이 웃으면서 등급표 이야기를 살짝 비치는데, 솔직히 기분이 묘했다. 내가 지금까지 쌓아온 노력들이 고작 저 숫자 하나로 결정된다고 생각하니 헛웃음도 나고. 30대 중반이라는 나이가 결정사에서는 생각보다 많은 제약이 된다는 걸 피부로 느꼈다. 97년생과 00년생 사이의 미묘한 온도 차이를 굳이 짚어주시는 말을 들으니, 내가 너무 늦은 건가 하는 생각도 들고 말이다.

비용 문제와 계약서 앞에서 망설임

상담이 끝나갈 때쯤 본론이 나왔다. 가입비 이야기다. 듣기로는 수백만 원에서 비싸면 천만 원 단위까지 간다더니, 내가 받은 견적도 만만치 않았다. 3회 만남에 얼마, 6회에 얼마, 혹은 성혼 사례비가 얼마라는 이야기를 듣는데 이게 과연 그만한 가치가 있을까 싶었다. 친구들은 요즘 앱으로도 많이 만난다는데 굳이 이렇게 비싼 돈을 내고 ‘검증된 사람’을 만나는 게 맞나 싶어 머릿속이 복잡해졌다. 당장 계약하면 혜택을 준다는 말에 현혹될 뻔했지만, 그래도 덜컥 결제하기에는 좀 무서웠다. 그냥 여기서 커피 마시며 이야기 좀 나누다가 돌아오는 길에 지하철을 탔는데, 퇴근하는 직장인들을 보면서 ‘과연 나는 자연스러운 만남을 더 바라는 걸까, 아니면 이 시스템 속에서 확실한 조건을 따지고 싶은 걸까’라는 고민이 계속 맴돌더라.

미팅 파티와 다른 사람들의 시선

상담사분이 나중에 미팅 파티에도 한번 나와보라고 권유했다. 시네마 미팅 파티니 뭐니 해서 이름을 거창하게 붙여놨는데, 사실 그게 그냥 어색한 남녀들이 모여서 눈치 게임 하는 자리 아닐까 싶다. 무더운 여름에 억지로 분위기 띄우려고 애쓰는 모습이 상상되기도 하고. 물론 누군가는 거기서 평생의 짝을 찾기도 한다지만, 내가 그런 인위적인 자리에 가서 매력을 발산할 수 있을지는 의문이다. 결정사를 이용한다는 사실 자체가 왠지 모르게 지인들에게는 비밀로 하고 싶은 느낌이 드는 것도 사실이다. 요즘은 결정사가 흔하다곤 해도, 여전히 뭔가 ‘내가 연애를 못 해서 업체까지 썼다’는 패배감 같은 게 마음 한구석에 있는 것 같다.

결론 없는 고민은 계속된다

결국 그날 상담 이후로 나는 아무런 결정도 내리지 못했다. 가입을 하면 내 결혼이 훨씬 빨라질 것 같으면서도, 동시에 나라는 사람이 그 조건들 속에 갇혀서 더 좁은 시야로 사람을 보게 될까 봐 겁이 난다. 그냥 평범하게 일상을 살다가 자연스럽게 누군가를 만나는 게 가장 좋다는 걸 알면서도, 그 ‘자연스러움’이 언제 올지 모른다는 막막함이 나를 자꾸 결정사 문앞으로 밀어 넣는 것 같다. 요즘은 집에 돌아오면 결정사에서 보내준 홍보 메일함만 자꾸 들여다본다. 가입을 할지, 아니면 그냥 앱이라도 깔아볼지, 아니면 당분간은 아무것도 안 하고 좀 더 버텨볼지 잘 모르겠다. 오늘도 퇴근길 지하철에서 창밖을 보며, 나랑 비슷한 고민을 하는 사람들이 얼마나 많을까 하는 씁쓸한 생각을 했다. 아직은 나라는 사람이 누군가에게 점수로 평가받는 게 영 적응이 안 된다.

댓글 4
  • 미팅 파티 상황이 정말 공감돼요. 제가 생각하는 건, 그 자리 자체가 사람들의 기대에 부응하기 위해 애쓰는 모습이라 오히려 불편할 수도 있다는 점이에요.

  • 저도 비슷한 경험이 있었어요. 제가 상담받기 전에 정보회사 광고를 엄청 찾아봤는데, 결국 제 상황과는 너무 동떨어진 것들만 강조되는 느낌이었거든요.

  • 결정사에서 홍보 메일 받는 것만으로도 불안한 마음이 계속 되네요. 저도 뭔가 중요한 결정을 내릴 때, 그 과정 자체가 너무 번거롭고 어색하게 느껴진 적이 많아요.

  • 결정사 미팅 파티 이야기가 흥미로워요. 저도 비슷한 경험이 있는데, 사람들의 눈치 보기가 너무 힘들더라고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