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처음 가입할 때 가졌던 이상한 자신감
솔직히 처음 소개팅 앱을 깔 때는 별생각이 없었다. 그냥 주변에 사람도 없고, 다들 연애 예능이나 유튜브에서 무슨 데이트 실험 같은 걸 보는 게 유행이라길래, 나도 뭐라도 해봐야겠다는 의무감 같은 게 조금 있었던 것 같다. 친구 하나가 ‘요즘은 이게 그냥 맛집 앱이나 운동 앱 깔듯이 흔한 거야’라고 해서 큰 거부감 없이 시작했다. 결제 금액도 월 3만 원 정도라 한 달 치 커피값 좀 아끼면 된다고 생각했다. 그런데 이게 막상 해보니까 생각보다 에너지가 엄청나게 들어가는 일이었다. 프로필 사진을 고르는 것부터가 문제였다. 너무 잘 나온 사진을 쓰면 실물 보고 실망할까 봐 걱정되고, 그렇다고 너무 평범한 사진을 올리면 아예 매칭조차 안 되는 기묘한 상황이 반복됐다. 내가 무슨 상품도 아니고, 내 얼굴과 직업을 적당히 보기 좋게 포장해서 사람들에게 평가받는다는 게 처음에는 게임 같았는데, 일주일쯤 지나니 왠지 모를 피로감이 밀려왔다.
대화의 늪에서 허우적대던 시간들
앱을 켜면 일단 매일 정해진 시간에 상대가 추천된다. ‘오후 12시’마다 카톡 알림처럼 울리는데, 이게 은근히 사람을 들뜨게 하다가도 금방 실망하게 만든다. 대화가 시작되면 일단 서로 호구조사부터 한다. 어디 사는지, 무슨 일 하는지, 주말에는 뭐 하는지. 똑같은 질문을 서너 명에게 동시에 하고 있으면 내가 지금 사람을 만나는 건지, 아니면 무슨 챗봇이라도 된 건지 헷갈릴 때가 많았다. 한 번은 대화가 정말 잘 통한다고 생각했던 사람이 있었는데, 나중에 알고 보니 대화 내용을 복사해서 붙여넣기 한 것처럼 뻔한 멘트만 날리는 사람이었다. 나는 진심을 다해 내 일상을 공유했는데, 상대는 그냥 ‘아, 그러시구나’ 수준의 반응뿐이니 금방 기운이 빠졌다. 어떤 날은 퇴근하고 지친 상태에서 이 앱을 켜는 게 마치 또 다른 출근을 하는 기분이었다.
사진 한 장에 담긴 묘한 거리감
기억에 남는 사람 중에는 사진이랑 실물이 너무 달라서 당황했던 적도 있다. 강남역 근처 어느 카페에서 만났는데, 앱에서는 꽤 세련된 분위기였던 분이 실제로는 너무 수수해서 순간 다른 사람인 줄 알았다. 우리는 두 시간 정도 대화를 나눴는데, 대화 중간중간 서로 핸드폰을 체크하는 모습이 정말 가관이었다. 상대방도 나도, ‘이 사람 말고 더 괜찮은 사람이 뒤에 대기하고 있지 않을까’라는 생각을 은연중에 했던 것 같다. 요즘 ‘환승연애’ 같은 프로그램을 보면 다들 엄청나게 몰입해서 울고 웃던데, 실제 현장은 그렇게 감정적이지 않았다. 오히려 다들 다치지 않으려고, 너무 정 주지 않으려고 벽을 치는 게 눈에 보였다. 그런 만남을 서너 번 반복하고 나니까 왠지 내가 좀 망가지고 있다는 느낌이 들었다. 사람을 사람으로 보지 않고, 조건의 나열로만 보게 되는 나 자신이 좀 낯설었다.
사기인지 아닌지 고민하며 보낸 밤
한번은 정말 조심해야겠다는 생각을 한 적이 있다. 어떤 사람이 굉장히 매력적인 프로필을 가지고 접근했는데, 자꾸 자기 방송을 홍보하거나 포인트 결제를 유도하는 느낌이 들었다. 그때 들어간 비용은 대략 5만 원 정도였는데, 소액이라 신고하기도 애매하고 그냥 내가 멍청했지 싶어서 넘겼다. 커뮤니티에 물어보니 전형적인 사기 패턴이라고 해서 뒤늦게 정신이 들었다. 그런 일을 겪고 나니 앱 자체에 대한 불신이 커졌다. 진짜 사람을 만날 수 있는 공간인가, 아니면 그저 서로의 외로움을 이용해 수익을 창출하는 거대한 시장인가 하는 생각이 머릿속을 떠나지 않았다. 요즘은 결혼 정보 회사나 이런 앱이나 본질적으로 뭐가 다른가 싶기도 하다. 결국 데이터를 기반으로 상대를 매칭해주지만, 그 데이터가 과연 사람의 온기까지 담아낼 수 있을지는 여전히 의문이다.
앱을 지운 뒤에 남은 것들
결국 나는 한 달을 다 채우지 못하고 앱을 지웠다. 지우고 나서 며칠은 괜히 휴대폰을 확인하는 습관 때문에 허전했다. 무의식중에 습관적으로 특정 앱 아이콘을 찾게 되는 내 모습이 참 웃기기도 하고 씁쓸했다. 사람들은 다들 어떻게 그렇게 자연스럽게 인연을 만드는 걸까. 누군가는 소개팅 앱으로 결혼도 잘만 하던데, 나는 왜 거기서 그토록 겉돌기만 했던 건지 모르겠다. 어쩌면 나는 진심으로 사람을 만날 준비가 안 되어 있었던 건지도 모른다. 그냥 외로움을 채우고 싶었던 건데, 방법이 틀렸던 것 같다. 지금은 그냥 가끔 친구들이랑 운동이나 하고, 맛집이나 찾아다니는 게 훨씬 마음 편하다. 여전히 사람을 만나는 일은 어렵고, 가끔 밤에 잠이 안 올 때면 그 지워버린 앱 알림이 울리지 않는 게 다행인가 싶다가도 한편으로는 조금 외롭기도 하다. 이 마음을 뭐라고 정의해야 할지 잘 모르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