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예전 기억 속 세이클럽타키 시절과 많이 달라진 요즘의 만남 방식
내 나이가 이른바 결혼 적령기라는 남자결혼나이 궤도에 진입하면서 주변에서 만남에 대한 이야기가 부쩍 늘었다. 생각해보면 20대 초반만 하더라도 세이클럽타키 같은 메신저로 가볍게 친구를 사귀거나 온라인에서 대화 나누는 게 참 쉬웠던 것 같다. 그때는 그냥 사는 이야기 하고 장난치는 게 전부였는데, 서른을 훌쩍 넘긴 지금은 누군가를 새로 만난다는 행동 자체가 엄청나게 무겁고 비장한 과정이 되어버렸다. 단순히 이성친구를 사귀고 싶다는 마음보다, 서로의 배경이나 조건을 먼저 맞춰봐야 한다는 암묵적인 압박감이 깔려 있어서 그런 것 같다. 주말마다 약속을 잡고 나가는 것도 체력적으로 슬슬 부치기 시작했고, 새로운 사람을 마주하고 내 소개를 반복하는 일련의 과정들이 언제부터인가 즐겁기보다 피곤한 숙제처럼 느껴졌다.
창원 상남동 카페에서 보낸 어색한 한 시간의 기억
얼마 전에는 아는 선배의 주선으로 창원소개팅을 하게 되었다. 약속 장소는 창원 상남동에 있는 꽤 시끄러운 디저트 카페였다. 주말이라 주차 공간을 찾느라 상남동 번화가를 세 바퀴나 돌았는데, 시작부터 힘이 쭉 빠졌다. 겨우 시간 맞춰 들어가서 첫인사를 나누고 음료를 주문했다. 커피 두 잔에 조각 케이크 하나를 시키니 18,000원 정도 나왔다. 상대방은 나쁜 사람은 아니었지만, 대화의 결이 미묘하게 어긋났다. 나는 주로 주말에 집에서 쉬거나 조용히 취미 생활을 하는 편인데, 그분은 주말마다 외곽으로 드라이브를 가거나 새로운 핫플레이스를 찾아다니는 걸 좋아한다고 했다. 10분 정도 대화를 나눠보니 서로 어울리지 않는다는 걸 직감적으로 느꼈지만, 주선자 체면도 있고 해서 억지로 대화를 이어가며 1시간 동안 앉아 있었다. 시계만 흘깃거리며 억지웃음을 짓는 그 시간 자체가 참 곤욕스러웠다.
기독교소개팅어플 결제까지 해가며 기대했던 순간들
집안 어른들이 종교를 중요하게 생각하셔서 기독교소개팅어플인 ‘바이블하츠’라는 어플을 추천받아 가입해 본 적도 있다. 가입할 때 세례를 받았는지 여부나 출석하는 교회 정보 등을 꼼꼼하게 입력해야 해서 가입 절차부터 꽤 까다로웠다. 프로필을 등록하고 마음에 드는 상대에게 대화를 신청하려면 하트 같은 전용 코인을 구매해야 했는데, 대화방을 열기 위해 대략 35,000원짜리 패키지를 결제했다. 어플을 사용하면 조건에 맞는 사람을 금방 찾을 수 있을 줄 알았는데 현실은 달랐다. 상대방의 프로필 카드가 매칭되는 데만 2주일이라는 시간이 걸렸고, 막상 연결이 되어도 성격이나 가치관 차이로 대화가 금방 끊어지기 일쑤였다. 신앙심이 깊은 사람을 만날 수 있다는 장점은 있었지만, 프로필만 보고 누군가를 판단해야 하는 모바일 화면의 건조함은 일반적인 만남과 다를 바가 없었다.
일반 만남사이트와 비교했을 때 느껴지는 목적성의 차이
사실 요즘 유행하는 가벼운 만남사이트나 동네 친구를 매칭해 주는 어플들은 너무 가벼운 만남에 치중되어 있어서 결혼을 전제로 사람을 찾기엔 부적절해 보였다. 그렇다고 아예 비용이 수백만 원 대에 달하는 가입비를 내야 하는 결혼정보회사나 국제결혼업체 같은 곳을 이용하기에는 금전적으로나 심리적으로 너무 부담스러웠다. 그런 전문 업체들은 내 스펙과 상대의 조건을 등급으로 나누어 매칭해주는데, 그렇게까지 기계적으로 평가받으며 사람을 만나야 하나 싶은 거부감이 컸다. 종교 어플은 상대적으로 진정성이 있어 보였지만 매칭 성사율이 너무 낮았고, 일반 어플은 가벼운 만남만 원하니 중간 지점을 찾기가 참 애매했다. 결국 어디 하나 딱 마음에 드는 통로가 없어서 여기저기 플랫폼만 전전하는 꼴이 되었다.
결국은 피곤함만 남고 흐지부지되어 버린 모임 참여
온라인이나 소개팅 말고 자연스럽게 사람을 만날 방법은 없을까 고민하다가 대학 동문회나 동호회 같은 오프라인 사교모임에도 나가봤다. 하지만 이미 그 안에서 형성된 기존 회원들의 단단한 카르텔 같은 친목을 뚫고 들어가는 게 내향적인 나에게는 또 다른 스트레스였다. 쭈뼛거리며 어색하게 자리를 지키다가 돌아오는 길에는 늘 묘한 공허함만 남았다. 억지로 만남의 기회를 만들려고 발버둥 칠수록 오히려 내 일상의 평온함만 깨지는 기분이 들었다. 요즘은 그냥 다 내려놓고 주말에 집에서 쉬는 게 제일 편하다는 생각이 든다. 인연이 있다면 언젠가 자연스럽게 나타나겠지 싶으면서도, 한편으로는 이렇게 가만히 있다가 정말 영영 혼자 사는 게 아닐까 하는 불안감이 문득문득 찾아오지만 일단은 신경 쓰지 않으려 애쓰는 중이다.
세이클럽타키처럼 풋풋한 설렘 없이, 어색한 대화에 시간만 낭비하는 느낌이었어요.
세례를 받는 절차 때문에 오히려 시간과 에너지가 많이 소모되는 것 같아요. 꼼꼼한 정보 입력 외에 다른 점은 잘 쓰셨네요.
드라이브 좋아하시는 분 만나기 어려울 수도 있겠네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