결혼이라는 현실, 등급과 조건 사이에서 길을 잃다

결혼이라는 현실, 등급과 조건 사이에서 길을 잃다

솔직히 말해봅시다. 요즘 결혼 이야기가 나오면 다들 눈부터 낮추라거나 혹은 더 높은 곳을 보라고 조언하죠. 노블레스 레드 같은 결정사 정보를 찾아보고 등급을 매기는 게 마치 당연한 과정처럼 여겨지기도 하지만, 실제로 30대가 되어 결혼을 준비해 보니 그건 반쪽짜리 정보에 불과하다는 걸 뼈저리게 느낍니다.

결정사와 등급표가 주는 허상

주변에 결정사에 가입해서 수백만 원을 썼다는 친구들이 꽤 있습니다. 가입비 300만 원에서 많게는 1,000만 원까지 지불하며 소위 ‘등급’에 맞는 사람을 만나려 애쓰죠. 제가 경험하거나 관찰한 바로는, 이런 곳에서 만난 상대와 잘 풀리는 경우도 있지만, 조건만 맞춘 대화는 끝이 공허할 때가 많습니다. 오히려 제가 아는 어떤 커플은 결정사에서 만났지만 첫 만남에 대화가 통하지 않아 20분 만에 카페를 나왔다고 하더군요. 조건은 수치화할 수 있어도 그 사람의 태도나 가치관은 등급표에 나오지 않습니다. 이 부분에서 많은 분이 실수합니다. 조건을 맞추는 데 에너지를 다 쏟느라 정작 결혼 후 함께 살 때 중요한 ‘다름을 수용하는 방식’은 확인하지 못하거든요.

서울 가성비 웨딩홀을 찾으며 느낀 현실

결혼 준비의 시작은 예식장인데, 서울에서 가성비 웨딩홀을 찾는 과정은 전쟁 그 자체입니다. 강남 예식장은 기본 보증 인원이 250명은 넘어야 하고, 식대도 1인당 8~9만 원을 훌쩍 넘기죠. 저는 결국 서울 외곽의 비인기 시간대 웨딩홀을 선택해 식대를 6만 원대로 낮췄습니다. 예식장 대관료로만 2,000만 원 넘게 쓰고 싶지는 않았거든요. 그런데 여기서 예상치 못한 변수가 생겼습니다. 하객들이 접근성을 이유로 불만을 표하거나, 예상 인원보다 50명이 적게 와서 식대 비용을 메꾸느라 고생하는 경우를 직접 봤습니다. 저 역시도 당일 날 하객들이 붐비는 주차장을 보며 ‘차라리 조금 더 주고 편한 곳을 할 걸 그랬나’하는 의구심이 들더군요. 완벽한 선택은 없습니다. 비용을 아끼면 편의를 포기해야 하는 게 결혼 준비의 냉정한 트레이드오프입니다.

재회와 새로운 만남 사이의 모호함

여자친구를 사귀는 법이나 재회하는 법 같은 뻔한 글들을 읽고 시도해 봐도, 실전은 다릅니다. 제가 아는 지인은 5년간 만난 연인과 헤어지고 다시 만나려고 별짓을 다 했지만 결국 제자리걸음이었습니다. 반대로 그냥 동네 모임에서 편하게 알게 된 사람과 의외의 지점에서 마음이 맞아 결혼까지 골인하는 경우도 허다하죠. 결혼은 ‘결정적인 무언가’를 찾아서 완성되는 게 아니라, 그냥 그 시기에 같이 있으면 견딜 만한 사람을 만나는 과정일지도 모르겠다는 생각이 듭니다. 이게 과연 정답인지, 아니면 제가 타협하고 있는 건지 지금도 확신이 들지 않습니다.

조언이 필요한 사람과 아닌 사람

이 글은 결혼이라는 현실적인 벽 앞에서 무엇을 우선순위에 두어야 할지 고민하는 분들께 조금이라도 도움이 될 것입니다. 특히 조건 따지느라 지친 분들께는 조금 힘을 빼라고 말씀드리고 싶네요. 하지만 ‘사회적 지위나 경제적 조건이 무엇보다 우선이다’라고 생각하시는 분들께는 제 생각이 다소 안일하게 느껴질 수 있습니다. 현실적인 다음 단계로, 웨딩 박람회나 상담에 바로 달려가기 전에 먼저 부모님과 예산 상한선을 명확히 긋는 작업부터 해보세요. 엑셀에 100만 원 단위로 비용을 쪼개 적어보는 것만으로도 막연한 불안감이 조금은 걷힐 겁니다. 물론, 이렇게 준비해도 결국 당일 날 예상치 못한 비가 오거나 식순이 꼬이는 등의 변수는 통제할 수 없다는 사실을 인정해야 합니다. 모든 것을 통제하려고 하는 순간, 결혼 준비는 즐거움이 아닌 고통이 됩니다.

댓글 3
  • 서울 외곽 웨딩홀 선택하셨다니, 저도 비슷한 고민했어요. 주차 문제 때문에 결국 다른 곳은 안 갔거든요.

  • 동네 모임에서 만나는 것도 좋은 방법인 것 같아요. 친구가 겪었던 경험 생각하면 좀 공감되네요.

  • 예식장 선택할 때, 제가 경험한 것처럼 주차 문제 때문에 순간적으로 후회했던 마음이 느껴지네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