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어쩌다 보니 자연스러운 만남은 기대하기 힘들어진 나이
어느 날 문득 달력을 보다가 깜짝 놀랐다. 벌써 서른 중반을 훌쩍 넘겨버렸다는 사실을 실감하는 순간은 꽤나 갑작스럽게 찾아온다. 예전에는 친구들이 하나둘 결혼 소식을 전해올 때마다 ‘축하해’라는 말을 입에 달고 살았는데, 이제는 그게 당연한 수순처럼 느껴지기도 하고, 한편으로는 나랑은 조금 다른 세계의 이야기인가 싶을 때도 있다. 주변에서는 다들 만혼이 대세라고들 하는데, 막상 내 주변을 둘러보면 결혼할 사람은 어떻게든 다들 만나는 것 같다. 소개팅 어플을 지웠다 깔았다 반복하는 것도 이제는 지친다. 누군가 ‘자연스러운 만남’이 최고라고 하지만, 그 자연스러움이 찾아오기에는 이미 내 생활 반경이 너무 좁아져 버렸다. 집과 회사, 가끔 가는 동네 카페가 전부인 일상에서 새로운 사람을 마주칠 일은 거의 없다.
결정사 등급표 이야기를 들으며 느낀 기묘한 기분
얼마 전 친구와 맥주를 한잔하는데 갑자기 결정사, 그러니까 결혼정보회사 이야기가 나왔다. 자기가 아는 지인이 거기 가입해서 만남을 가졌는데, 소위 말하는 ‘등급표’가 존재한다는 소리를 듣고 묘하게 자존심이 상하면서도 호기심이 생겼다고 했다. 비용이 적게는 수백만 원에서 많게는 천만 원 단위까지 나간다는데, 내 인생의 배우자를 찾기 위해 그 정도 비용을 투자하는 게 맞는 건지 알 수가 없다. 인터넷 카페에 들어가 보면 다들 후기라고 하면서 글을 올려두는데, 그게 진짜인지 아니면 광고인지 분간이 안 갈 정도로 다들 완벽하게 포장되어 있다. 누군가는 거기서 평생의 짝을 찾았다고 하고, 또 누군가는 돈만 날리고 이상한 사람만 소개받았다고 푸념한다. 나는 과연 그 중간 어디쯤에 서 있는 걸까. 굳이 돈을 주고 등급을 매겨가며 누군가를 만나야 하는 현실이 조금 씁쓸하기도 하고, 한편으로는 그게 가장 효율적인 방법인가 싶어 흔들리기도 한다.
팍팍해진 서울 살이와 결혼 비용의 현실
뉴스를 보면 여성들의 초혼 연령이 31.6세를 넘겼다고 한다. 2008년 무렵보다 3살 넘게 올랐다는 기사를 보며 고개를 끄덕이게 된다. 단순히 나이가 들어서가 아니라, 경제적인 상황이 정말 크게 작용하는 것 같다. 서울에서 전세 구하기도 힘든 마당에 결혼이라는 결정을 내리기까지 고려해야 할 게 너무 많다. 무직이나 학생 신분으로 결혼하는 건 이제 옛날이야기가 된 지 오래고, 맞벌이는 이제 선택이 아니라 필수가 된 느낌이다. 친구들 중에도 맞벌이하면서 대출 이자 갚느라 허리가 휜다는 이야기를 종종 듣는다. 예전에는 결혼하면 당연히 다들 어느 정도 기반을 잡고 시작하는 줄 알았는데, 지금은 그냥 둘이 합쳐서 빚부터 갚아나가는 게 시작인 경우가 훨씬 많다. 이렇게 현실적인 제약들이 쌓이다 보니 결혼이 점점 더 멀게만 느껴지는 건 어쩌면 당연한 일인지도 모르겠다.
중매쟁이가 없어진 시대의 새로운 만남 방식
예전 어른들은 중매쟁이가 있어서 그래도 어떻게든 연결이 되었는데, 지금은 그런 역할을 해줄 사람이 아무도 없다. 주변 지인들에게 소개를 부탁하는 것도 한두 번이지, 나중에는 서로 미안해서 못 할 짓이 된다. 결혼정보회사라는 게 결국 현대판 중매쟁이인 셈인데, 왜 이렇게 차갑게 느껴지는지 모르겠다. 시스템화된 만남이라는 게 처음에는 효율적으로 보이지만, 막상 그 안에서 서로의 조건부터 확인해야 한다는 사실이 왠지 모르게 사람을 비참하게 만드는 구석이 있다. 내가 가진 조건이 곧 나를 평가하는 기준이 되는 거니까. 가끔은 그냥 다 내려놓고 아무것도 모르는 상태에서 누군가를 만나고 싶은데, 나이가 들면 들수록 ‘아무것도 모르는 상태’가 되기가 참 어렵다.
여전히 풀리지 않는 숙제와 막연한 불안함
어떤 사람들은 서른 중반 이후에 결혼하는 게 훨씬 안정적이라고들 한다. 정신적으로도 더 성숙해졌고, 서로를 배려하는 법도 조금은 배웠을 테니까. 그런데 막상 고민해 보면, 내가 나이가 먹을수록 상대방을 받아들이는 게 더 까다로워지는 건 아닐까 하는 걱정이 앞선다. 확신 없는 상태에서 결혼이라는 큰 결정을 내리는 게 맞는 건지도 모르겠고. 오늘도 결혼정보회사 사이트를 한번 들어갔다가, 덜컥 겁이 나서 창을 닫아버렸다. 당장 내일 출근해서 밀린 업무를 처리하고 나면 또 금방 주말이 지나갈 것이다. 이렇게 시간이 흐르다 보면 언젠가 답이 나오기는 할까. 주변에서는 다들 어떻게들 결혼하는 건지, 가끔은 그게 제일 미스터리다.
마땅한 만남의 방식이 사라지면서, 자기만의 기준이 전부 평가 기준으로 되는 게 답답하네요.
등급표가 있다는 게 정말 신기하네요. 저도 비슷한 고민 때문에 그런 시스템에 대해 알아보는 사람들을 보면서, 사람들의 평가 기준이 어떻게 정해지는지 궁금해졌어요.
맞아요, 저도 비슷한 경험이 있네요. 특히 결정사 등급표 이야기를 들을 때, 제 미래에 대한 불안함이 더욱 커지는 것 같아요.
결혼 정보 회사의 등급표 때문에 좀 걱정되네요. 저도 비슷한 고민을 하고 있긴한데, 정작 중요한 건 서로의 가치관일 수도 있을 것 같아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