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처음에는 가벼운 마음으로 나갔던 모임
대구에 살면서 사실 동성로를 안 나가는 사람이 어디 있을까 싶지만, 막상 나이가 좀 차고 나서 사람들을 새로 사귀려고 하면 참 애매하다. 예전에는 그냥 친구들이랑 카페 가고 쇼핑하고 술 마시면 그만이었는데, 이제는 좀 다른 종류의 모임을 찾게 된다. 사실 대구에서 열리는 싱글 모임이나 스터디 카페 모임을 몇 번 기웃거려 봤다. 동성로 스터디룸 빌려서 하는 그런 모임들인데, 막상 가보면 분위기가 참 미묘하다. 사람들이 다들 자기 목적을 숨기고 있는 것 같기도 하고, 대화가 너무 겉도는 느낌이랄까. 특히 주말 저녁 동성로가볼만한곳이라고 추천받은 곳들은 사람이 너무 많아서 대화는커녕 옆 테이블 말소리 듣기도 벅차다.
스터디룸 예약과 예기치 못한 비용의 굴레
사람들 만나는 것도 다 돈이다. 동성로 근처 스터디카페를 빌리면 보통 시간당 4,000원에서 6,000원 정도 하는데, 이게 몇 번 쌓이면 은근히 부담스럽다. 처음에는 스터디 모임이라고 해서 가서 책이라도 읽을 줄 알았지. 근데 실상은 그냥 서로 명함 돌리고, 요즘 뭐 하냐 묻고, 다음번엔 우리끼리 술 한잔하자고 제안하는 자리가 태반이다. 커피 한 잔에 6,000원, 스터디룸 대여료에 저녁 식사비까지 하면 하루에 5만 원은 우습게 깨진다. 결혼정보회사 가입비는 수백만 원씩 한다는데, 그런 곳은 또 너무 본격적인 것 같아 부담스럽고, 이런 소규모 모임은 효율이 너무 낮다는 게 문제다. 효율을 따지는 내가 싫어지다가도, 매주 주말을 이렇게 보내는 게 맞나 싶다.
부산과 창원까지 확대된 동선의 피로감
대구에서 사람 구하기가 어렵다고 느끼면 사람들이 눈을 돌리는 곳이 부산이나 창원이다. 실제로 요즘 소개팅 어플을 켜보면 위치 기반으로 부산 소개팅이나 창원 소개팅 제안이 많이 뜬다. 근데 막상 매칭이 돼서 주말에 약속을 잡으면 이게 또 보통 일이 아니다. 기차 타고, 버스 타고 이동하는 시간만 왕복 3시간. 그런데 막상 만나서 한두 시간 대화 나눠보고는 ‘아, 이 사람이 아니구나’ 싶을 때의 그 허탈함이란. 예전에 기독교 소개팅 어플도 깔아봤는데, 종교관이 맞으면 이야기는 잘 통하지만 그만큼 사람이 한정적이라 더 까다로워지는 기분이 들었다. 그냥 대구 안에서 좀 더 밀도 있게 만날 수 있는 방법은 없는 건지.
중년 소개팅 혹은 결혼이라는 현실적인 과제
요즘은 중년 소개팅이라는 단어도 낯설지 않다. 나이가 조금씩 차니 주변에서도 다들 결혼 이야기다. 효성청과 같은 지역 기업들이 나눔을 실천한다는 기사를 보면 사회적으로는 다들 잘 사는 것 같은데, 왜 개인의 만남은 이렇게 파편화되어 있는지 모르겠다. 복지 문제든, 산업 문제든 다 촘촘한 연결이 중요하다는데 왜 정작 사람 사이의 관계는 갈수록 느슨해지는 건지. 가끔은 그냥 동성로 길거리를 걷다가 마주치는 사람들 중에서 누군가를 자연스럽게 알게 되는 상상도 해보지만, 현실은 마스크 쓰고 이어폰 꽂고 각자 갈 길 바쁜 사람들뿐이다. 요즘은 동성로놀거리라고 검색해서 나오는 곳들도 대부분 커플 천지라, 혼자 혹은 친구랑 가기엔 좀 머쓱할 때가 많다.
여전히 풀리지 않는 관계의 무게
결국 어디를 가든 사람을 만나는 건 에너지가 드는 일이다. 어제도 동성로의 한 카페에서 비슷한 상황을 겪고 돌아왔다. 결론이 나지 않는 대화들을 나누고, 헤어지면서 다음을 기약하지만 사실 다음이 있을지 없을지는 누구도 모른다. 결혼정보회사에 가입하는 사람들의 마음을 이제야 조금은 알 것 같기도 하다. 적어도 그곳은 목적이 분명하니까. 내가 여전히 스터디룸과 모임 사이를 전전하는 건, 아직 그런 ‘거래적’인 만남을 받아들일 준비가 덜 된 탓일까 아니면 단순히 아직 덜 지친 탓일까. 모르겠다. 오늘 밤은 그냥 이렇게 적어놓고 내일 출근이나 걱정해야겠다.
동성로 카페에서 비슷한 경험을 한 것 같아요. 그럴 때마다 사람 관계의 복잡함이 더 크게 느껴지네요.
동성로 분위기가 설명하기 어려운데, 사람들이 목적 때문에만 만나는 느낌이어서 좀 답답하네요.
스터디룸 분위기가 정말 묘한 것 같아요. 마치 자기소개 시간 같은 느낌이 강하게 드니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