냉장고 용량 고민하다 결국 700리터대에서 멈춘 사연

냉장고 용량 고민하다 결국 700리터대에서 멈춘 사연

냉장고 고르러 삼성스토어 용인까지 다녀왔다

결혼 준비라는 게 처음에는 예식장 잡으면 다 끝나는 줄 알았다. 그런데 아니더라. 본격적인 싸움은 가전 매장에서 시작됐다. 주말마다 백화점이고 어디고 돌아다니는데, 이게 물건을 사는 건지 아니면 기 빨리는 수행을 하는 건지 모를 지경이었다. 굳이 삼성스토어 용인점까지 찾아간 이유는 순전히 입소문 때문이었다. 주변에서 거기 가면 상담해주시는 분이 진짜 현실적인 조언을 해준다는 말을 들어서였다. 사실 처음에 생각했던 건 800리터가 넘는 대형 냉장고였다. 무조건 큰 게 최고라는 말을 너무 철석같이 믿었다. 하지만 매장에 가서 막상 700리터대 모델이랑 나란히 세워놓고 보니까, 우리 집 주방 구조에는 800리터가 조금 과해 보이더라. 튀어나오는 깊이감이 너무 부담스러웠다.

700리터냐 800리터냐 그것이 문제로다

매장 직원은 요즘 다들 800리터 이상을 산다고 했다. 공간만 되면 큰 게 좋다는 논리였는데, 나는 주방 인테리어를 생각하면 700리터대가 더 깔끔해 보였다. 솔직히 가격 차이도 무시할 수 없었다. 대충 가격대를 훑어보니 700리터대 제품들은 세일 행사나 삼세페 기간을 잘 노리면 생각보다 예산 안에서 해결이 가능했다. 800리터는 기능도 많고 화려했지만, 막상 집에 들이면 ‘냉장고가 집을 삼킨다’는 느낌이 들 것 같았다. 결국 타협을 봤다. 그냥 우리가 가진 예산 내에서 가장 효율적인 걸로 가기로 한 거다. 굳이 최신형 대용량을 고집할 필요가 있을까 싶었다. 어차피 냉장고 안은 텅텅 비어있을 텐데.

가전 세일 기간은 타이밍 싸움이다

가전 매장을 다니면서 느낀 건데, 세일 기간은 진짜 운빨이 작용한다. 이번에 삼성스토어에서 상담받을 때 들은 이야기가 삼세페 기간 잘 맞추면 가격이 확 내려간다는 거였다. 엘지전자 라이프케어 같은 서비스도 비교해보고 싶어서 사실 엘지 베스트샵도 기웃거려 봤는데, 이게 브랜드별로 장단점이 너무 극명해서 더 머리가 아팠다. 누구는 엘지가 냉장고는 무조건이라고 하고, 누구는 스마트폰이나 다른 가전이랑 연동하려면 삼성이 편하다고 하고. 결정 장애가 오기 딱 좋은 환경이다. 결국 우리는 냉장고랑 세탁기 세트를 묶어서 견적을 냈는데, 이게 또 오픈 매장이랑 일반 대리점이랑 혜택이 다르더라. 전자랜드 쪽 휴대폰 매장에서 연결해주는 혜택까지 고려하면 머리가 터질 지경이었다.

삼성케어플러스 가입 여부를 두고 고민 중

결국 냉장고는 계약을 마쳤다. 그런데 설치하고 나서 보니까 자꾸 삼성케어플러스 같은 보험 상품이 눈에 밟힌다. 이게 진짜 필요한 건지 아니면 그냥 불안 심리를 자극하는 건지 모르겠다. 한 달에 몇천 원씩 나가는 게 작아 보여도 이게 또 쌓이면 만만치 않으니까. 친구들은 ‘가전은 고장 나면 수리비가 더 나오니까 무조건 드는 게 이득’이라고 하는데, 정작 내 주변에 10년 동안 냉장고 고장 나서 수리한 사람을 본 적이 없다. 이게 예전처럼 기계식으로 돌아가는 게 아니라 죄다 디지털이라 고장 나면 칩셋을 갈아야 한다던데, 그게 또 돈이 많이 든다고 하니 더 헷갈린다. 고민하다가 결국 가입을 보류했는데, 나중에 후회할까 싶기도 하고.

갑자기 집에 들이고 싶어진 엉뚱한 물건

냉장고 계약하고 집에 오는 길에 뜬금없이 가정용 노래방 기계를 검색하고 있는 나를 발견했다. 이게 다 스트레스 때문인가. 혼수 준비하면서 너무 가전 제품 스펙만 보고 있으니까 뇌가 녹아내리는 기분이었다. 집에 작은 방 하나를 취미실로 만들기로 했는데, 거기 둘 만한 물건들을 찾다 보니 점점 본질에서 벗어나는 느낌이다. 가전 상담받을 때는 냉장고 깊이가 1cm만 튀어나와도 예민하게 굴었는데, 집에 오니까 ‘그냥 대충 예쁜 거 사자’는 마음이 든다. 참 이상하다. 사람 심리가 이렇게 간사한지, 큰돈을 쓰고 나면 오히려 작은 것에 집착하게 된다.

마무리는 역시나 알 수 없는 불안감

내일 냉장고가 들어오기로 했다. 700리터대 모델이 우리 집 주방에 진짜 딱 맞을지, 아니면 생각보다 작아서 후회하게 될지는 넣어봐야 안다. 입주 선물로 뭘 받을지도 정했는데, 믹서기보다는 차라리 현금이 낫지 않을까 하는 속물적인 생각도 든다. 혼수라는 게 참 그렇다. 다들 하는 거라 준비하긴 하는데, 정작 내 생활에 이게 정말 다 필요한 건지는 잘 모르겠다. 그냥 이 과정 자체가 결혼이라는 거대한 행사의 일부라서 무의식적으로 따라가는 느낌이다. 당장 내일 냉장고 문 열었을 때 마음에 안 들면 어떡하나 걱정인데, 뭐 어쩌겠나. 이미 결제는 끝났고, 반품할 엄두는 안 나는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