갑자기 찾아온 정적 속에서 다시 사람을 만난다는 것
예기치 않게 멈춰버린 일상 결혼 생활이 십 년을 넘어가던 어느 날, 갑작스러운 사고로 배우자와 사별하게 되었다. 장례식장이 사람들로 북적이고 정신없이 시간이 흘러갈 때는 슬픔을 체감할 겨를조차 없었다. 오히려 그 소란스러움이 나를 보호해주고 있다는 착각마저 들었다. 문제는 모든 조문객이 떠나고 집 안의 가구들이 제자리를 찾았을 때 시작되었다. 아침에 눈을 뜨면 습관적으로 옆을 돌아보는 버릇이 한동안 계속됐다. 빈자리를 확인하고 나면 그제야 가슴 깊은 곳에서부터 차가운 공기가 밀려 들어오는 기분이었다. 처음 몇 달은 집 밖으로 나가는 것 자체가 큰 용기였다. 동네 마트에서 장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