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30대 중반에 접어드니 주변에서 슬슬 결혼 이야기가 나오더군요. 처음엔 직장 동료들이 권하는 소개팅 앱 몇 개를 깔아봤습니다. 소위 말하는 ‘무료 소개팅 어플’들을 훑어보면 매일 4명 정도를 무료로 소개해 준다거나, 특정 시간대에 접속하면 대화 시간을 주는 식의 마케팅이 눈에 띕니다. 저도 처음엔 ‘이거면 한 달 안에 사람 하나는 만나겠지’ 싶었죠. 하지만 실제 경험은 좀 달랐습니다. 앱을 켜고 프로필을 넘기다 보면, 이게 사람을 만나는 건지 게임 아이템을 고르는 건지 헷갈릴 때가 많더군요. 특히 사진 한 장에 의존해 MBTI나 사주 궁합을 맞추는 시스템은 참신해 보이지만, 실제 대화로 이어졌을 때 기대와 현실의 괴리는 꽤 컸습니다. 기대했던 대화보다는 형식적인 질문이 오가다 끊기기 일쑤였죠.
이런 과정에서 겪은 가장 큰 실수는 ‘앱의 매칭 알고리즘이 내 인연을 찾아줄 것’이라는 순진한 믿음이었습니다. 주변 지인 중에는 소위 말하는 고스펙의 사람을 찾겠다며 결제까지 해가며 정보를 얻으려 했지만, 결과적으로는 앱 내의 화려한 프로필과 실제 성격은 별개라는 사실만 깨닫고 현타를 느끼는 경우를 많이 봤습니다. 심지어 최근에는 몸캠 피싱이나 악성 앱 설치 같은 위험성도 대두되고 있어, 무작정 앱을 쓰는 게 능사는 아니라는 확신이 들더군요. 저 역시 30대 남성으로서 느낀 건데, 결국 앱은 보조 수단일 뿐이고 그 안에서 벌어지는 비즈니스적인 마케팅에 너무 몰입하면 본질을 놓치기 쉽습니다.
앱 이용 시 고려해야 할 현실적인 trade-off는 ‘비용’과 ‘노력’의 문제입니다. 무료 어플은 사용자가 많아 보이지만, 정작 진지한 관계를 원하는 사람보다는 시간 때우기용 사용자가 섞여 있을 확률이 높습니다. 반대로 후불제 결혼정보회사나 유료 서비스는 필터링이 조금 더 나을 수는 있지만, 비용이 수백만 원을 호가할 수 있고, 그렇다고 해서 반드시 성사가 보장되는 것도 아닙니다. 제 친구 중 한 명은 큰맘 먹고 수백만 원을 들여 가입했다가 본인과 전혀 결이 다른 사람만 여러 번 만나고는 1년 뒤 결국 탈퇴했습니다. 이 지점에서 많은 사람이 좌절합니다. 비용을 지불해도 내 마음에 쏙 드는 사람이 나오는 게 아니니까요. 차라리 그 돈으로 취미 동호회나 정기 모임에 나가는 게 낫지 않았을까 하는 의문이 드는 건 당연한 수순입니다.
실제로 부산이나 대전 같은 광역시에 거주한다면, 온라인상에서의 불특정 다수보다는 오프라인 동호회를 고민하는 게 나을 때도 있습니다. 오프라인은 최소한의 사회적 검증이 되거든요. 그렇다고 해서 무조건 오프라인이 답이라는 건 아닙니다. 성향에 따라 사람을 직접 마주하는 과정 자체가 스트레스인 사람들에게는 온라인 소개팅이 훨씬 효율적일 수 있기 때문이죠. 결론적으로, 어떤 방법을 택하든 ‘앱 하나로 내 인생이 바뀔 것’이라는 환상은 버리는 게 좋습니다. 어제는 앱에서 매칭된 사람과 꽤 대화가 잘 통하는 듯싶었는데, 다음 날 바로 연락이 두절되는 상황을 겪으면서 다시 한번 생각하게 됐습니다. 이게 사람 사는 게 원래 그런 건지, 제가 앱 사용법을 잘못 이해한 건지 아직도 잘 모르겠네요. 의심스럽긴 하지만, 이런 불확실성이야말로 현실적인 만남의 과정인 것 같습니다.
이 글은 결혼을 고민하지만 어떻게 시작해야 할지 막막한 30대 직장인들에게는 ‘적당한 거리 두기’의 중요성을 알리는 용도로는 유용할 수 있습니다. 하지만 ‘빠르게 결혼하고 싶다’거나 ‘데이터 분석으로 완벽한 궁합을 찾겠다’는 분들에게는 이 조언이 전혀 도움이 되지 않을 겁니다. 그런 분들은 오히려 데이터가 확실한 정보업체를 통하거나, 아예 본인의 생활 반경을 넓히는 데 더 집중해야 합니다. 지금 당장 할 수 있는 가장 현실적인 다음 단계는 스마트폰 앱을 삭제하는 것이 아니라, 앱 사용 시간을 하루 30분 미만으로 제한하고 그 시간에 사람들을 직접 만날 수 있는 물리적 기회를 하나라도 더 만드는 것입니다. 다만, 본인의 성향이 내향적이라면 앱조차도 훌륭한 창구가 될 수 있다는 점은 부정할 수 없는 사실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