후불제 결혼정보업체 상담을 받고 나서 왠지 모르게 찜찜했던 기분

후불제 결혼정보업체 상담을 받고 나서 왠지 모르게 찜찜했던 기분

상담 전화 한 번에 너무 많은 정보를 말해버린 것 같다

솔직히 말하면 처음에는 그냥 가벼운 마음이었다. 친구 녀석이 어느 날 갑자기 후불제 결혼정보회사를 알아보고 있다고 해서, 옆에서 같이 구경이나 할 겸 해서 연락처를 남겼던 게 시작이었다. 사실 연애라는 게 마음만 먹으면 자연스럽게 되는 거라고 생각했는데, 주변 상황이 바뀌고 나이가 조금씩 차니까 이게 또 마음대로 안 되더라. 30대 중반이 넘어가니 소개팅 자리도 예전 같지 않고, 다들 바쁘다는 핑계로 시간 맞추기도 어려우니 말이다. 상담원분은 굉장히 친절했다. 처음에는 무료 연애 상담처럼 대화를 시작했는데, 생각보다 내 개인적인 정보들을 너무 자세하게 물어봐서 당황했다. 연봉이나 직장 위치 같은 건 기본이고, 부모님 직업이나 사는 동네 분위기까지 묻는데 이게 무슨 취조도 아니고 싶었다. 그런데 대화하다 보니 나도 모르게 줄줄 다 털어놓게 되더라. 상담료가 없다는 점이 오히려 사람을 방심하게 만든 것 같다.

광주 야외 결혼식 로망이 현실적인 고민으로 변하던 순간

상담 중에 우연히 결혼식 이야기가 나왔다. 나는 나중에 혹시나 누군가를 만나서 결혼을 하게 된다면 광주 근교의 야외 결혼식장에서 작게나마 하고 싶다는 생각을 막연히 가지고 있었다. 그런데 상담해주시는 분이 그런 내 생각을 듣고는 바로 비용 견적부터 읊기 시작했다. 500만 원에서 많게는 1,500만 원까지 잡아야 한다면서, 지금 만나는 사람도 없는데 벌써 식장 분위기를 따지는 게 맞냐는 식으로 웃으면서 넘기더라. 그 순간 뭔가 묘하게 기분이 이상했다. 내가 꿈꾸던 그림이 상담사에게는 그저 매뉴얼대로 정리된 데이터 숫자로만 보이는 기분이었달까. 프로포즈 방법 같은 것도 물어봤는데, 요즘은 다들 어떻게 한다는 식의 전형적인 답변만 돌아왔다. 이게 내가 원하던 조언은 아니었던 것 같다.

회사 시스템을 듣고 나니 오히려 더 막막해진 마음

후불제라고 해서 부담이 적을 줄 알았는데, 설명을 들어보니 결국 나중에 가입비나 성혼 사례비가 꽤 크게 발생했다. 그 금액이 적게는 수십, 많게는 수백만 원 단위였다. 물론 성사가 되었을 때 내는 돈이니 일리 있다는 생각도 들었지만, 한편으로는 사람을 만나는 과정이 너무 상품화되는 것 같아 씁쓸했다. 특히나 결혼 플래너처럼 나를 관리해준다고 하는데, 내 사생활을 누군가에게 맡겨서 점수를 매기고 소개받는다는 게 과연 내 성격에 맞을지 의문이 들었다. 어떤 회사는 100일 넘게 사귄 사람과 헤어진 사람들의 마음을 달래준다는 식의 홍보를 하는데, 사실 그게 사람 마음으로 되는 일이 아니지 않나. 진심으로 나를 이해해주는 사람을 찾고 싶은 건데, 기계적인 매칭이 과연 도움이 될지 확신이 서지 않았다.

매칭이 시작되기도 전에 지쳐버린 듯한 느낌

결국 상담을 마치고 나서도 가입을 선뜻 결정하지 못했다. 상담 전후로 내가 바뀐 건 아무것도 없는데, 괜히 내 가치나 위치만 확인당한 것 같아서 기분이 묘했다. 집으로 돌아오는 길에 지하철을 탔는데, 퇴근하는 사람들 틈에서 다들 각자의 사연을 안고 살아가고 있겠지 싶더라. 누구는 연애를 하려고 애쓰고, 누구는 이미 누군가를 떠나보내고 힘들어할 테고. 그런 고민들이 다들 비슷할 텐데, 굳이 수백만 원을 주고 시스템 속에 나를 집어넣어야만 제대로 된 연인을 만날 수 있는 건지 잘 모르겠다. 상담사는 나에게 다시 한번 생각해보라며 연락을 주겠다고 했지만, 왠지 그 번호를 다시 차단할 것 같은 예감이 든다. 어쩌면 당분간은 그냥 이렇게 혼자 지내면서, 자연스럽게 누군가를 만날 기회를 기다리는 게 나을지도 모르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결론이 나지 않는 이런 고민이 며칠째 머릿속을 맴돌고 있다.

댓글 1
  • 광주 근교 야외 결혼식 생각하는 저에게, 비용부터 읊어주신 건 좀 당황스러웠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