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옆 테이블에서 들려온 결정사 이야기
얼마 전 대구 수성구의 한 프랜차이즈 카페에 앉아 노트북으로 업무를 보는데, 옆 테이블에서 제법 진지한 대화가 들려왔다. 30대 후반에서 40대 초반 정도로 보이는 남녀가 앉아 있었는데, 목소리가 꽤 커서 의도치 않게 대화를 다 듣게 되었다. 내용은 요점만 말하면 재혼 정보회사에 대한 고민이었다. 한 명은 이미 듀오 같은 곳에 가입을 해봤고, 다른 한 명은 고민 중인 눈치였다. ‘거기 가입비가 생각보다 비싸네’ 하는 말이 들렸는데, 대충 들으니 몇 백만 원 단위가 오가는 모양이다. 예전에 들었던 가입비보다 물가가 올라서 그런지 더 비싸진 것 같기도 하고. 그냥 옆에서 커피 마시다가 재혼 시장의 분위기를 간접 체험한 기분이 들었다.
돌싱카페와 현실적인 체감의 온도 차이
사실 요즘 인터넷 돌싱카페 같은 곳을 가끔 눈팅한다. 보면 다들 사연도 많고 복잡하다. 누군가는 싱글맘으로 살아가면서 겪는 육아 고민을 토로하고, 누군가는 비양육자녀와의 관계에서 오는 현실적인 갈등을 이야기한다. 방송에서 나오는 ‘나는 솔로’ 같은 프로그램 보면 다들 화려해 보이기도 하지만, 실제 카페 글들은 훨씬 더 무겁다. 1년 반 정도 만난 남자친구가 알고 보니 비양육자녀가 둘이었다거나, 돈 문제로 얽히고설킨 이야기들을 읽다 보면 결혼이라는 게 참 멀고도 험하다 싶다. 누군가는 50대 재혼을 꿈꾸며 조심스럽게 다가가는데, 또 누군가는 전 배우자와의 꼬인 문제 때문에 법률 상담 센터 문턱을 닳도록 드나든다.
무료 상담과 유료 결정사의 애매한 경계
예전에 아는 언니가 결정사 상담을 받으러 간다고 해서 따라갔던 적이 있다. 그때 상담사가 읊어주던 조건들이 기억난다. ‘자녀 유무’, ‘경제적 자립도’, ‘상대방의 자산 규모’ 같은 것들이 서류 한 장에 담기는데, 그게 꼭 사람이 아니라 물건을 골라내는 느낌이 들어서 묘하게 기분이 이상했다. 결국 그 언니는 가입하지 않았다. 지금 돌싱카페나 커뮤니티에서 보는 사람들의 고민도 결국 저 ‘조건’의 틀을 벗어나기 힘들다는 게 문제인 것 같다. 나도 재혼을 생각 안 해본 건 아니지만, 사람을 다시 만나서 또다시 그런 필터링을 거쳐야 한다는 게 벌써 피곤하다.
방송 속의 화려함과 현실의 피로감
채정안이 나오는 ‘돌싱N모솔’ 같은 방송을 보면 그냥 웃어넘기지만, 어딘가 현실과는 동떨어진 느낌을 받는다. 방송에서는 출연진들이 솔직한 입담으로 풀어나가지만, 우리가 실제로 겪는 돌싱의 삶은 그렇게 예능적이지 않으니까. 기부 소식이나 예능 출연처럼 화려한 모습 뒤에는 사실 우리처럼 소소한 불편함을 안고 사는 사람들이 훨씬 많다. 나도 저번 주에 돌싱 모임이 있다고 해서 나갈까 하다가 결국 귀찮아서 집에 있었다. 막상 나가서 ‘어디 사세요?’, ‘직업은 뭐예요?’ 이런 질문받을 생각하니 벌써 진이 빠져서 말이다.
남는 건 불확실함뿐
결국 커피 한 잔 다 마시고 카페를 나오는데, 옆 테이블 사람들은 여전히 가입비와 매칭 횟수 이야기를 하고 있었다. 재혼 정보회사에 수백만 원을 쓴다고 해서 내가 원하는 사람이 나타날 확률이 얼마나 될까. 아니, 애초에 ‘원하는 사람’이라는 게 존재하기는 할까. 요즘은 그냥 혼자 있는 게 제일 편하다 싶다가도, 가끔 저렇게 옆 테이블의 대화를 듣고 나면 마음이 또 싱숭생숭해진다. 오늘 날씨가 흐려서 그런가, 괜히 더 생각이 많아지는 저녁이다. 재혼이든 연애든, 결국 내가 선택하는 게 맞는 건지 아니면 그냥 이렇게 시간이 흐르는 대로 두는 게 나은 건지, 답을 내리기가 참 어렵다.
조건들을 보니 정말 복잡한 문제들이더라고요. 저도 비슷한 고민을 할 때, 사람의 가치를 숫자로 평가하는 느낌이 좀 이상하게 느껴지곤 했어요.
비양육 자녀가 있다는 사실이 결혼의 현실을 더 복잡하게 만드는 것 같아요. 저도 비슷한 경험을 한 분들의 이야기를 읽을 때면 마음이 아파요.
재혼 정보회사 이야기 들으면서 생각해보니, 저도 예전에 비슷한 고민 잠깐 해본 적 있더라구요. 특히 경제적 자립 문제 때문에 더 부담스러웠던 것 같아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