호텔 웨딩 투어를 다니다가 그냥 지쳐버린 날

호텔 웨딩 투어를 다니다가 그냥 지쳐버린 날

지난주에는 서울 시내 호텔 몇 곳을 돌며 예식장 상담을 받았다. 처음엔 설레는 마음으로 시작했는데, 강남 쪽 호텔 두 곳을 연달아 보고 나니 묘하게 기운이 빠졌다. 라움아트센터처럼 야외 공간이 있는 곳들은 확실히 분위기가 다르긴 했다. 드라마에서 보던 그런 예쁜 풍경이었는데, 막상 상담실에 앉아 견적을 받아보니 입이 딱 벌어졌다. 단순히 대관료 문제가 아니었다. 식대부터 꽃 장식 비용, 그리고 부가적인 옵션들이 붙기 시작하니까 이게 예식 비용인지 아니면 작은 사업 하나를 시작하는 비용인지 헷갈리기 시작했다.

견적서에서 보게 된 당혹스러운 숫자들

견적 상담을 해주는 매니저들은 무척 친절했다. 롯데백화점 쇼메 이벤트처럼 프라이빗한 1대1 상담을 경험해본 적은 없지만, 여기 매니저들도 아주 꼼꼼하게 설명을 이어갔다. 그런데 문제는 내가 상상했던 예산 범위와 실제 현실 사이의 괴리였다. 호텔 예식은 보통 식대만 고려하는 게 아니었다. 꽃 장식 비용이 정말 만만치 않았는데, 기본으로 들어가는 금액만 해도 웬만한 직장인 한 달 월급은 가볍게 넘겼다. 잠실 근처 호텔을 하나 더 가봤는데, 거기서도 비슷한 느낌을 받았다. 예쁘긴 한데, 과연 내가 이 비용을 지불하고 그만큼의 만족을 얻을 수 있을지 의문이 들었다.

100명 남짓한 하객과 공간의 딜레마

우리는 처음부터 소규모 웨딩을 생각했다. 그런데 막상 투어를 다녀보니 소규모 예식장이 생각보다 찾기 어려웠다. 강남 쪽은 대부분 300명은 거뜬히 들어갈 만한 큰 홀 위주였고, 작은 공간은 오히려 선택지가 좁았다. 비어있는 큰 홀을 보면서 ‘여기에 하객이 반도 안 차면 휑해 보이겠지?’ 하는 걱정이 앞섰다. 상담해주시는 분들은 꽃 장식으로 공간을 가득 채우면 된다고 하셨지만, 그 꽃 장식 비용도 결국 우리가 다 부담해야 하는 거라 고민이 깊어졌다. 호텔 웨딩이 럭셔리한 맛은 있는데, 우리가 원하는 따뜻한 분위기랑은 조금 거리가 있는 것 같기도 했다.

결정을 미루고 다시 카페로

결국 투어를 끝내고 남자친구와 함께 근처 카페에 앉았다. 예약금을 바로 걸어야 할지 아니면 조금 더 고민해봐야 할지 이야기가 오갔는데, 사실 둘 다 지쳐서 딱히 결론이 나지 않았다. 야외 결혼식도 한 번 알아봤는데, 변덕스러운 서울 날씨를 생각하면 차라리 호텔 실내가 안전하긴 하겠다 싶다가도, 또 비용을 생각하면 마음이 흔들렸다. 3시간 남짓 투어를 돌았을 뿐인데 반나절이 훌쩍 지나 있었다.

아직도 풀리지 않는 의문들

집에 돌아와서 받은 브로셔들을 책상 위에 쌓아두고 사진을 다시 훑어봤다. 사진 속 예식장은 정말 완벽했다. 하지만 내가 그 장소에 서 있는 모습을 상상해보니 마냥 기쁘기보다는 숙제처럼 느껴지는 건 왜일까. 결혼 준비가 원래 이런 건지, 아니면 우리가 너무 고민이 많은 건지 잘 모르겠다. 남들은 다들 척척 해내는 것 같은데, 우리는 식장 하나 정하는 것부터가 이렇게 어려울 줄이야. 아마 다음 주말에도 몇 군데 더 둘러봐야 할 것 같다. 예산은 예산대로 고민이고, 분위기는 분위기대로 포기가 안 되니 참 답답하다. 예식장 투어라는 게 단순히 장소를 둘러보는 게 아니라, 우리가 어떤 가치에 돈을 쓰고 싶은지 매 순간 시험받는 과정 같다.

댓글 4
  • 롯데백화점 상담처럼 1:1 맞춤 상담은 좋았지만, 견적 나온 금액 보고 뭔가 꿈과 같다는 느낌이 들었어요. 100명 규모의 하객 수에 맞춰 가격이 너무 많이 올라서 고민이네요.

  • 사진 속 예식장 풍경이 너무 완벽해서, 제가 그 자리에 섰을 때 마치 숙제처럼 느껴지는 게 흥미롭네요.

  • 사진을 다시 보니까, 진짜 완벽한 웨딩홀에서 저렇게 행복해하는 모습 상상하면, 마치 제가 꿈을 꾸는 것 같고 왠지 낯설다고 느껴졌어요.

  • 사진을 다시 보니까, 마치 완벽한 그림처럼 보이는 예식장이 저에게는 부담처럼 느껴지네요. 공간 크기에 대한 걱정이 많아지는 것도 이해가 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