호텔 예식 견적서 받아보고 나니 고민만 깊어지네

호텔 예식 견적서 받아보고 나니 고민만 깊어지네

상담 한 번 다녀오니 진이 다 빠진다

주말에 잠실 근처 호텔 세 곳을 돌고 왔다. 결혼 준비라는 게 원래 이렇게 기 빨리는 일인지 몰랐다. 처음에는 그냥 깔끔하게 호텔에서 하면 편하겠지 싶었다. 밥도 맛있고, 동선도 복잡하지 않으니까. 근데 상담받으러 들어가서 로비에 앉아있는 것부터가 벌써 기가 눌린다. 무슨 예식장 상담하는 데 예약금을 걸어야 하니, 보증 인원이 몇 명이냐 하니 물어보는 말들이 다 숫자다. 1년 넘게 남았는데 벌써부터 2026년 하반기 예약이 꽉 찼다는 소리를 들으니 괜히 마음만 조급해진다.

생각지도 못한 부대 비용의 늪

대략적인 견적을 받아보는데 식대만 생각할 게 아니었다. 꽃 장식 추가 비용, 웨딩 케이크, 빔프로젝터 대여료, 심지어 식전 영상 트는 것까지 전부 다 별도다. 기본적으로 호텔 예식은 그냥 기본만 해도 일반 웨딩홀보다 최소 1.5배에서 2배는 비싸다. 롯데호텔이나 조선호텔 같은 곳들 프로모션 찾아봐도 숙박권이나 포인트 주는 게 다인데, 결국 그만큼 우리가 써야 하는 기본 예산이 높다는 뜻이다. 꽃장식은 최소 금액이 1,000만 원부터 시작한다고 해서 속으로 숫자를 잘못 들었나 싶었다. 생화는 화려하면 예쁘긴 한데, 결국 끝나면 다 버려질 텐데 싶은 생각이 드니까 선뜻 결정을 못 하겠다.

예술적 감각과 현실 사이의 괴리

더채플앳대치 같은 곳은 공간 자체에 예술적인 느낌을 줘서 요즘 유행하는 스타일이라는데, 가서 직접 봐도 솔직히 그게 결혼식 분위기에 얼마나 큰 영향을 주는지 잘 모르겠다. 사진 찍을 때 배경이 예쁘게 나오는 건 확실히 중요하긴 한데, 내 하객들이 그걸 하나하나 감상하고 있을까 싶기도 하고. 인스타에서 보는 것처럼 화사하고 자연광 쏟아지는 그런 분위기는 아무래도 호텔 실내보다는 야외가 훨씬 예쁘긴 한데, 야외는 날씨 때문에 스트레스받을 것 같고. 참, 어느 장단에 맞춰야 할지 모르겠다.

어디서 본 듯한 느낌이 주는 피로감

요즘은 연예인들이 비공개로 조용히 호텔에서 식을 올리는 게 유행이라는데, 그런 거 보면 또 깔끔하고 멋있어 보인다. 김종국이 결혼식 끝나고 헬스장 갔다는 일화 들으면서 다들 웃었지만, 나는 결혼식 자체가 그렇게 에너지를 다 쏟아야 하는 행사라는 게 느껴져서 사실 조금 무섭기도 하다. 나도 저렇게 웃으면서 식을 끝낼 수 있을까. 그냥 형식적인 절차들에 치여서 내 결혼식인데 내가 아닌 다른 사람들이 주인공인 기분이 들까 봐 걱정된다.

결국 결정을 미루고 돌아오는 길

집에 돌아오는 길에 지하철 안에서 핸드폰으로 수원 쪽 웨딩홀이나 용인 쪽 조금 더 실속 있는 곳들 리스트를 검색해 봤다. 호텔 예식의 그 쾌적함과 서비스는 포기하기 힘들지만, 과연 그 돈을 지불할 가치가 있는 건지 여전히 확신이 안 선다. 광명이나 서울 외곽으로 나가면 같은 돈으로 조금 더 넓고 쾌적한 곳을 쓸 수 있을 것 같은데, 그러면 또 하객들 이동 거리가 문제고. 뭐 하나 선택하면 하나가 걸리는 이 상황이 벌써부터 지친다. 내일은 그냥 아무것도 안 하고 쉬고 싶다. 계약금 넣으라는 안내 문자가 와 있는데, 그냥 며칠 더 묵혀둘 생각이다.

댓글 1
  • 저도 호텔 예식 생각하면, 가족들이 기대하는 만큼 제대로 웃을 수 있을까 걱정이 많이 되더라구요. 야외 결혼식은 날씨 때문에 불안한 마음이 계속 드네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