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상담실 문을 열기 전까지의 망설임
사실 결혼정보회사라는 곳을 찾아가야겠다는 생각을 진지하게 하기까지 꽤 오랜 시간이 걸렸다. 주변에서 하나둘씩 결혼 소식이 들려오고, 부모님은 은근히 선 자리 이야기를 꺼내시는데 막상 소개팅 앱을 깔자니 그건 또 왠지 나랑 안 맞는 것 같고. 결국 인터넷 검색창에 이런저런 정보들을 검색하다가 후기라고 올라온 글들을 읽기 시작했다. 듀오나 가연 같은 곳은 너무 유명해서 오히려 거부감이 들기도 하고, 반대로 작은 곳들은 도대체 어디서부터 정보를 믿어야 할지 감이 안 잡혔다. 그러다 강남 어딘가에 있는 작은 상담실에 예약을 잡았다. 사실 상담비용이 든다는 말에 한 번 멈칫했는데, 막상 가보니까 상담은 공짜였고 그 이후에 결제 압박이 시작되더라.
등급표라는 게 존재한다는 사실에 묘한 기분
상담사분이 나를 앞에 두고 이것저것 체크리스트를 적어 내려가는데, 그 과정이 상당히 사무적이었다. 내가 어떤 사람인지보다는 내 직업, 연봉, 부모님 재산 상황, 학벌 같은 것들이 마치 상품의 바코드를 찍는 것처럼 분류되었다. 상담 도중에 슬쩍 보게 된 서류에는 내가 알 수 없는 등급 같은 게 매겨져 있는 것 같았다. 그게 뭐냐고 물어보니 대충 얼버무리며 매칭 확률을 높이기 위한 내부 지표라고 하더라. 사람을 사람으로 대하는 게 아니라 정말 시장에서 물건을 고르는 듯한 느낌이 들어서 속이 좀 메스꺼웠다. 이런 시스템에 가입해서 만나는 상대방도 나를 이런 식으로 점수 매겨서 본다는 거니까, 시작하기도 전부터 진이 빠지는 기분이었다.
수백만 원을 호가하는 가입비의 실체
상담이 거의 끝나갈 무렵 드디어 금액 이야기가 나왔다. 가입비가 적게는 200만 원에서 많게는 1,000만 원이 넘는다는 소리를 들었을 때는 정말 귀를 의심했다. 아니, 도대체 무슨 만남 한 번에 이렇게 큰돈이 들어가는 건지 이해가 가지 않았다. 횟수 제한이 있는 상품도 있고, 성혼 사례비라고 해서 결혼까지 성공하면 또 수백만 원을 떼어줘야 한단다. 30대 중반, 적지 않은 나이라 조급한 마음이 드는 건 사실인데 이 돈을 내고서까지 사람을 만나야 하나 싶은 회의감이 확 밀려왔다. 쿠팡에서 물건 사는 거랑은 차원이 다른 문제인데, 결과가 보장되지 않는다는 점에서 이게 과연 합리적인 소비인가 싶었다.
일주일에 일곱 번, 그게 만남인가 시장인가
상담사분은 내가 가입만 하면 일주일에 몇 번이고 소개팅을 할 수 있다고 강조했다. 어떤 회원은 일주일에 일곱 번도 만난다고 하던데, 과연 그게 연애가 가능할까 싶다. 그냥 얼굴만 보고 ‘아, 이 사람은 내 조건에 안 맞네’ 하고 끝내는 건 아닐까. 사람 사이의 관계라는 게 그런 식으로 필터링을 거치면서 만들어지는 건 아닌 것 같은데, 이곳의 시스템은 철저하게 효율성만을 따진다. 그렇게 수많은 사람을 만나다 보면 결국 옆에 있는 사람을 진심으로 대하기보다는 ‘이번에도 아니면 다음 타임에 만날 사람이 있겠지’라는 안일한 생각이 들 것만 같아서 무서웠다.
상담실을 나서며 느꼈던 묘한 공허함
두 시간 가까운 상담을 마치고 나오는데, 해는 벌써 뉘엿뉘엿 지고 있었다. 상담실 안에서 들었던 말들이 자꾸 귓가에 맴돌았다. ‘지금 가입 안 하면 나중엔 선택폭이 더 좁아질 거예요’라는 말. 그 말이 사실일 수도 있겠지만, 그 압박감 때문에 등 떠밀려 결정하고 싶지는 않았다. 집에 돌아와서 텅 빈 방에 앉아 있으니 내가 왜 이런 고민까지 해야 하나 싶고, 문득 그냥 자연스러운 만남은 이제 불가능한 건가 하는 생각도 들었다. 결국 결제는 하지 않고 돌아왔지만, 그렇다고 마음이 편한 것도 아니다. 그냥 그 상담실의 차가운 조명 아래서 나 자신을 객관적으로 평가받았다는 그 감각이 여전히 불쾌하게 남아있다. 다음 주에는 또 다른 곳에 가서 상담을 받아볼까 하는 마음이 들다가도, 또다시 그 등급표를 마주할 생각에 벌써부터 피로감이 몰려온다.
직업, 연봉 같은 정보들이 상품처럼 분류된다는 점이 흥미롭네요. 저도 비슷한 고민을 한 적이 있어서 그런 부분에서 공감했어요.
직업이랑 연봉만 딱 알려주면 그 다음부터는 계산기 돌리듯이 진행되는 느낌이어서 좀 불편하네요.
가입비 때문에 횟수 제한 상품을 보니, 제가 평소에 '가성비'를 중요하게 생각하는 이유를 알 것 같아요.
직업, 연봉 같은 정보로 분류하는 방식이 좀 딱딱하게 느껴지네요. 마치 데이터 분석처럼 느껴져서 오히려 인간적인 연결이 어려울 것 같다는 생각이 들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