결국 결정사 상담까지 다녀왔는데 묘하게 허탈하더라

결국 결정사 상담까지 다녀왔는데 묘하게 허탈하더라

강남역 한복판에서 상담받던 날

결국 거기까지 다녀왔다. 친구들이 농담처럼 던지던 결정사. 굳이 가야 하나 싶었는데, 혼자 자취방에서 불 꺼놓고 넷플릭스 보다가 문득 그런 생각이 들었다. 이대로 계속 이렇게 살 건가. 그냥 회사-집, 회사-집 반복하다가 가끔 약속 잡히면 나가고. 어느 날은 너무 외로워서 근처 카페에 가서 설탕을 두 스푼이나 넣은 씁쓸한 커피를 마시며 창밖을 봤는데, 길 가는 사람들마다 다 커플인 것 같아 보이더라. 그날 집에 와서 바로 검색창에 강남 결혼정보회사를 쳤다. 몇 군데가 나왔는데 그중 상담료를 따로 안 받는다는 곳으로 무작정 예약을 했다.

상담 실장님의 화려한 말솜씨

막상 상담실에 앉으니 분위기가 생각보다 삭막했다. 실장님이 보여준 데이터는 정말 냉정했다. 나이, 직업, 연봉, 키, 뭐 이런 것들이 적힌 종이들을 슥슥 넘기는데, 마치 쇼핑몰 장바구니에 상품을 담는 듯한 느낌을 지울 수 없었다. 실장님은 내 나이와 직업군을 보더니 ‘이 정도 스펙이면 충분히 잘생긴 남자랑 매칭이 가능하다’며 자신 있게 말하더라. 근데 그 말이 왜 이렇게 공허하게 들렸을까. 300만 원에서 500만 원 사이의 가입비를 들으면 1년간 횟수 제한 없이 소개를 받을 수 있다는데, 그 돈을 내면 정말 외로움이 해결되는 걸까 싶은 의구심이 멈추질 않았다.

기대와 현실 사이의 그 미묘한 거리

상담받고 나오는데 비가 오더라. 강남역 10번 출구 근처였나, 우산도 없이 그냥 잠시 처마 밑에 서서 사람들을 구경했다. 다들 바쁘게 움직이는데 나만 멈춰있는 기분이었다. 사실 내가 바라는 건 완벽한 배우자라기보다는 그냥 퇴근하고 집에 돌아왔을 때, ‘오늘 어땠어?’라고 물어봐 줄 사람, 아니면 주말에 아무 계획 없이도 같이 동네 산책이라도 나갈 수 있는 그런 사소한 온기가 필요했던 것 같다. 결정사에서 말하는 ‘잘생기고 번듯한’ 남자가 그런 온기를 줄 수 있을까. 상담받을 땐 혹해서 고개를 끄덕였는데, 막상 집에 오니 왠지 모르게 마음이 더 헛헛해졌다.

횟수 채우기 식 만남이 정말 답일까

주변에 먼저 결혼한 친구들 이야기를 들어보면 결정사 통해서 만난 사람도 잘 사는 경우가 있긴 하다. 그런데 또 어떤 친구는 ‘그냥 횟수 채우기용 소개팅만 하다가 시간 다 보냈다’며 후회하기도 하더라. 300만 원 넘는 돈을 내고서 내가 얻고자 했던 게 대체 뭐였을까. 어쩌면 나는 누군가와 깊이 교감하는 과정 자체를 두려워하고 있는 건지도 모르겠다. 소개팅 앱이나 결정사는 어쨌든 서류상의 조건으로 먼저 걸러내니까 마음 편할 거라 생각했는데, 그게 오히려 사람을 더 사무적으로 보게 만드는 장치가 아닐까 싶기도 하고.

그냥 지금 당장 마음을 달래는 것들에 대하여

상담받고 며칠이 지난 지금, 결제는 아직 안 했다. 통장에 찍힌 그 금액을 보면서 고민만 며칠째다. 외로울 때마다 화분에 물을 주곤 했는데, 너무 자주 줘서 뿌리가 다 썩어버린 화분 하나가 베란다에 방치되어 있다. 나무도 사람이랑 비슷해서, 너무 과한 관심이나 조급한 마음으로 대하면 오히려 더 빨리 시들어버리는 것 같다. 결정사에 가입한다고 해서 내 외로움이 즉시 해결되진 않겠지. 그렇다고 혼자 있는 시간을 견디기엔 또 밤이 너무 길고. 마음 한구석이 덜 채워진 채로, 오늘도 그냥 습관처럼 데이팅 앱을 켰다가 끄기를 반복한다. 다음 달엔 정말 가입을 하게 될지, 아니면 이 마음이 또 옅어질지 잘 모르겠다.